[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번외편
레닌은 오랫동안 베어 나갈수록 더욱 자주 무아경의 순간을 느끼게 됐다. 그런 때에는 이미 손이 낫을 내두르는 게 아니라 마치 낫 스스로 끊임없이 자기를 의식하고 있는 생명에 찬 육체를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마치 요술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에 대해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데도 일이 정확하고 정밀하게 저절로 되어가는 것이었다. 이런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3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