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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문숙 Aug 23. 2024

여름이 간다고?

당신의 제철은 언제입니까?

  식품관 야채코너에서 비닐봉지에 포장된 취나물을 보고는 냉큼 집어 들었다. 한여름에도 생취가 있네, 반가웠다. 며칠 전 다녀온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온 묵은 취나물을 달게 먹었던 기억이 한몫했을 것이다. 냄비에 물을 끓이고 소금을 한 줌 넣었다. 취를 삶으려는 것이다. 물을 받아 취를 넣고 헹구려는데 구멍 난 잎이 제법 많이 보인다. 하나 둘 집어내다 보니 짓무른 잎도 많다. 어쩔 수 없이 눈을 부릅뜨고 온전치 않은 잎들을 가려냈다. 그래도 반너머 남았으니 다행이라 할까. 끓는 물에 뻣뻣한 잎을 넣고 데쳤다. 냄비 가장자리가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취나물은 조금 질긴 편이니까 살짝 더 삶았다. 찬물에 헹구고 힘주어 짜서 들기름과 깨소금에 무쳤다. 취나물 줄기를 입에 넣었다. 기대하던 맛아니었다. 뻣뻣하고 질겼다. 그래, 제철이 아니니까, 여름도 벌써 끝나가는데 봄날의 그것처럼 보들보들하리라 생각했으니 내가 바보다, 속으로 중얼중얼하다가 뒤늦게 깜짝 놀랐다. 여름이 간다고?


  한밤중까지 요란하던 매미소리가 뚝 그쳤다. 아침에 나가면 손톱만 한 도토리를 단 참나무 가지들이 밟힌다. 연두색 밤송이가 굴러다니고 산비둘기가 아침부터 요란하게 들고난다. 며칠 안 본 사이 부추 꽃봉오리가 맺히고 채송화 줄기가 가늘어졌다. 뒤늦게 심은 수세미가 덩굴손을 냈다.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층층나무 작은 열매들이 익어간다. 조기 아래 삼거리 모퉁이 집 담벼락에 붙어사는 대추나무에 가지가 휘어지도록 달린 대추가 물들어가는 걸 보고 놀란 게 며칠 전이다. 한창 봄인 듯 제비꽃이 돋는다. 철을 모르는 게 풀꽃만은 아니란 걸 모르지는 않지만 제철 아닌 취나물을 시장에 내놓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어느 계절을 살고 있나요? 자연스러운 것, 필연인 것, 정해져 있는 것들이 새삼스럽다.  딛고 선 땅이 흔들리는 기분, 보이는 대로 믿어도 될지 불안하다. 여름이 간다고? 어제보다 조금 여윈 달이 높다. 가을이 오는 게 보여? 내내 여름이고 싶은 사람이 여름에게 묻는다. 정말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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