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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도락 Jul 21. 2022

엄마의 달리기 4일 차 / 풀벌레와 아들

31도. 찌는 듯한 날씨로 트랙 위가 이글거린다. 

트래이너 선생님은 내 상황도 모르고 

“바람을 가르며 달려보세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를 외친다.      

1분 30초 달리기 2분 걷기 세트 5회를 했다. 

와. 진짜 한 여름 해 있을 때 운동장 달리기는 아닌 거 같다. 

이러다 쓰러지는 거 아니야? 

건강해지려고 달리기하다 쓰러지면 누가 책임지나?

내일부턴 저녁에 뛰어야 하나.     


태양과 싸우며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 

주황색 바닥에 형광 연두색 귀여운 생명체가 쪼르르 지나간다.  

그냥 지나쳤다가 (원래 곤충에 관심 없음)

색이 빛나도록 선명해서 다시 뒤로 돌아가 쪼그려 앉아서 지켜봤다. 

쨍한 해님 덕분에 오늘 너를 자세히 볼 수 있구나. 

하지만 난 뛰어야 한다. 반가웠어. 잘 가렴.     


자기 전에 형광 연두의 정체가 떠올랐다. 

8살 아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율아 이 곤충 이름이 뭐야?라고 물으니

“머리는 삼각에 다리는 6개니까 누가 봐도 사마귀지. 독이 있을 수도 있어.” 

“아 그렇구나. 엄마는 방아깨비인줄 알았어.”  

누가 봐도 사마귀라니. 곤충박사가 따로 없구나.


금요일은 아이가 원에 가지 않아 하루 종일 붙어 있으니 글 쓸 시간이 없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와 쓰고 있다.       

달리기와 글쓰기라는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두 가지 습관을 위해 

눈 비비고 일어나 열심히 두 발로 달리고 두 손으로 움직여 오늘 분량을 채워 본다.     

오늘도 잘 해냈다. 

내일도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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