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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Jan 28. 2021

[일상 관찰]눈길을 걸으며 순간을 담다

눈길 거리 풍경, 시 한 편의 단상, 둘째 편지

  #1. 눈길 거리 풍경


퇴근 무렵 갑작스러운 강풍에 눈까지 휘몰아친다. 올 겨울 마지막 눈은 아닐까. 잠시 멈춤으로 거리 풍경을 담는다. 눈이 떨어지는 곳은 세상 곳곳이다. 산과 호수, 주차장과 가로등, 자동차와 사람 그리고 바닥에도 부딪친다. 소복이 쌓인 눈은 내일 출근길을 늦추겠지만  잊지 못할 추억 한 페이지는 누군가에게 아름답게 선사할 것이다.

눈길에 남겨진 발자국을 보면서 하루를 돌아본다.


주변은 돌아보았나?

내 역할에 충실하였나?

말은 적당하였나?

작은 성취들은 이뤘나?

주변에 정은 나누었나?

밀도 있는 하루를 보냈나?

떨어져 사는 가족과 연락은 하였나?

모티베이터의 삶을 살았나?

가는 길은 멀고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2 시 한 편


바닥에 대하여

                  정호승


바닥까지 가본 사람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7년 전에 바닥을 경험한 것이 삶의 전환점이었다. 더 이상 떨어질 때도 없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자존감은 바닥이었고 존재감은 미미했다. 바닥 없는 인생은 없다.  삶이란, 결국 바닥에 굴러 떨어지는 과정 속에서 성숙해진다. 바닥은 절망과 고통으로 엄습하지만 바닥에 있다는 것이 곧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실력이 있어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정체성이 부족한 채 남을 의식하며 살다 보면 언젠가는 혼돈의 위기가 찾아온다. 고통 없는 성장은 모래 위의 집이요, 겸손 없는 성장은 많은 반대파로 인해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다.  바닥에 넘어졌던 이유를 마주해야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바닥이 있어야 정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3. 둘째의 편지


 주말에 집에 갈 형편이 되지 않자 가족이 내려왔다.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의 편지를 읽으며 행복에너지를 충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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