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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Apr 22. 2021

[일상 관찰] 상처와 마주하는 용기부터가 시작입니다.

인생이란 상처를 극복한 마음의 나이테가 늘어가는 것

질풍노도의 10대


"내가 느끼는 불안과 우울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고,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매일 아픔을 경험하면서도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며 살아간다는 것을"(p9)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중에서>

'용두사미'는 어릴 적 별명이다. 무엇하나 진득하게 하는 것이 없어 아버지가 붙여 주셨다. 시골에서 자랐던 유년시절은 책은 읽는 시늉, 공부는 벼락치기, 집안일 돕기는 뒷전, 한마디로 놀기 대장이었다. 동네 아이들과 틈만 나면 어울리며 밖에서 살다시피 했다. 걱정이 되셨는지 아버지는 대학생 삼촌에게 SOS 요청했다. 방학 기간 중  과외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배우고 싶은 마음이 1도 없어 삼촌도 며칠 후 포기했다. 어머니는 직장생활과 대가족을 챙기느라 늘 바쁘셨고 아버지는 사회활동을 하느라 함께 보낸 시간이 많지 않았다. 증조부모님 밑에서 대부분 유년시절을 보냈다. 증조부모와 같은 방에서 생활하면서 그분들은 "오냐오냐"하면서 마냥 귀여워만 하셨다.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때를 쓰며 고집을 부렸다. 응석을 다 받아주  밖에 모르는 아이로 자랐다. 감정표현은 서툴렀고 사소한 일로 쉽게 짜증을 냈다. 그런 아이를 좋아할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같은 반 친구들과 다툼도 빈번해서 선생님께 야단도 자주 맞았다. 물건을 아낄 줄 모르고 조심성도 부족했다. 털털한 성격 탓에 중학교 1학년 때는 통학용 자전거를 5대 넘게 구입했다. 증조할아버지께서 바로 다음날 읍내에서 새 자전거를 사주셨어도 두 달을 넘기지 못했다.


 무엇이든 건성건성 하고 진득함이 없었으니 공부도 잘하지 못했다. 고등학교에도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부모님을 떠나 도시에서 하숙하며 지내야 했으니 눈치 볼일도 없었다. 공부는 흥미가 없었다. 저녁에는 당구장에서 휴일에는 온종일 농구를 하며 대부분을 보냈다. 시골에서 공부 열심히 하라며 뒷바라지해주시는 부모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마음을 나눌 사람도 없었다. 혼자라는 외로움에 더 방황했다. 공부도 해야 할 때를 놓치게 되면 언젠가는 후회의 부메랑이 되어 삶을 자주 뒤흔든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어른들이 "공부도 때가 있다"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좋지 않은 기억의 편린들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어린 시절 몸에벤 좋지 않은 습관과 태도들이 성장의 장애물이 되어 결정적일 때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정해진 길을 걷지 못했지만 그것에 책임도 내 몫이다.

방황의 20대, "이제는 괜찮다고 말할게"


그럭저럭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적에 맞춰 대학교를 진학했다. 20대는 '먹고 대학생'이었다. 군대 다녀오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원 없이 놀았다. 지금도 회자되는 게 있다. 95년도에 1학기에 6과목 중 5과목이 F였고 한 과목만 D학점을 받아 'F학점 사나이'가 되었다. 당대 국보급 야구선수였던 선동렬의 방어율보다 내가 앞섰다. 저녁에는 당구장, 호프집에서 아르바이 했고 수업은 거의 출석하지 않았다. 공대는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핑계 구실만 찾았다. 1학년 1학기를 통째로 날리고, 2학기 때는 공부를 하려 해도 기초가 없으니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배우는 과목 중 수학과 화학 분야는 특히 어려웠다. 수업시간은 고통이었다. 그나마 인문대 쪽 교양수업을 들으며 위안을 삼았다. 군대는 유일한 도피처가 되었다. 뿌리를 내리지 못한 들꽃처럼,  대학 생활도 흐린 잿빛의 수채화다. 지금도 꿈에서 가끔 답안을 작성 못해 쩔쩔매던 중간고사 시험기간 속으로 들어간다. 어떻게 할 줄 몰라 방황했던 20대의 시간합은 30대가 되어서 힘들 때마다 휘몰아치는 태풍으로 살아나 적잖게 내상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보면, "인생이란, 상처를 극복한 마음의 나이테가 늘어가는 것"이라는 문장이 주는 무게감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질풍노도의 10대, 방황했던 20대를 지나와서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을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것도 경험 축적과 무관하지 않을 터다.

"당신을 가장 아프게 하는 상처가 자리하는 곳. 그곳이 당신의 눈부신 내적 성장이 시작되는 자리다."(p11 )
들에 핀 야생화도 빚나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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