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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Apr 24. 2021

[일상 관찰] 음악은 세월을 담고 있습니다.

음악 선곡과 글쓰기

카카오뮤직을 즐겨 듣습니다. 일주일 평균 3~4곡씩 선곡하다 보니 450곡이 넘었습니다. 조용한 풍에 서정적인 가사가 있는 노래가 좋습니다. 가끔씩 분위기 전환을 위해 다른 취향도 선택하며 편음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선곡한 음악에는 다양한 사연이 들어 있습니다. 우연히 카페에서, 지인 선물, 드라마 OST, 최애 가수의 신곡, 오디션 인상곡 등 30년의 세월을 풍화담고 있습니다. 200곡 이상은 아내와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추억이 담긴 노래입니다. 헤어져 그리워할 때, 아픔을 애써 참았던 기억들도 음악에 새겨졌습니다. 많은 곡들은 그날 마음 날씨에 따라 담았습니다. 힘든 때는 위로의 곡, 보통 때는 가볍고 경쾌한 곡, 책을 볼 때는 잔잔한 피아노 곡, 비가 올 때는 감상곡을 선곡하며 마음의 온도를 조금씩 조율하곤 했습니다.


 아내는 일찍부터 음악을 사랑했습니다. 뉴에이지 풍을 특히 좋아했고 90년대를 풍미했던 신해철, 이문세, 이선희, 015B, 윤종신, 신승훈, 이승환, 김건모를 2000년 대는 박정현, 부활, 박효신을 2010년대는 빅뱅, GD, 정동하를 찍더니 요즘은 최진희 '뒤늦은 후회'를 반복해 들으면서 흥얼거립니다. 아내 노래도 세월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한 때는 아이돌이 되겠다던 첫째의 영향으로  트와이스, 에이핑크, 마마무 등 걸그룹의 노래와 춤을 외우기도 했습니다. 아내의 변신에 조금은 당황하며 낯설기도 한 때였습니다. 그건 아녔다고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아내에게 음악은 절친 이상입니다. 동고동락을 함께 하며 지난한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런 아내는 제게 연애 때부터 선곡한 CD 선물을 많이 해주었습니다. 그때는 음악으로 끊임없이 소통하길 원하는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아내의 잔소리가 잔소리로만으로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며, 답답하다며 의문의 일패를 당한 적도 많았습니다. 아내의 고단한 희생은 몸과 마음의 부서짐까지도 동반했습니다. 아내가 차츰 말하는 의도가 조금씩 이해되고 귀담아들으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내의 힘듦이 비로소 보였습니다. 나 때문에 덜 힘들게 하자는 진심으로 아내를 대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다툼의 횟수는 줄었습니다. 대화도 잘 통하며 아내의 음악 취향도  관심을 가지며 좋아할만한 노래가끔씩 선물하면서 음악 주파수도 맞춥니다. 누굴 위한다는 건 나도 모르게 변해가는 성장 동인이 니다. 누군가를 위한 시간이 쌓인 만큼 상대와 교감은 각별해지게 됩니다. 교감은 아끼는 마음으로 발전되어 늘 함께 있다고 여기게 됩니다.


아내 덕분에 음악 듣는 시간이 늘어갑니다. 아내의 우쿨렐레 연주에 맞추어 함께 노래도 부릅니다. 아내는 제게 "노래 부를 때 힘을 빼고 가사의 의미를 생각하며 부르라"라고 합니다. 음정과 박자 맞추기도 힘겨운 제게는 너무 무리한 요구입니다. 안 되는 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요.

그에 비해 둘째는 블루투스 마이크로 제법 노래다운 노래를 합니다. 음악도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게 있어야 되는 모양입니다.

삶을 써내려가는 글을 향합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곡들이 나옵니다. 그 곡들 중에서 나와 음연이 되는 곡은 극소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10여 초를 듣고 괜찮으면 다시 전체를 들어보며 주저함이 없을 때 구매하는 저와 같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음악 한곡도 많은 분들의 노력과 열정이 녹아 있습니다. 10초에 선택받기 위해 그렇게 실력을 갈고닦겠지요. 브레이브 걸스처럼 기다려주는 제작자를 만나 10년을 버틸 수도 있는 것은 노력과 운 그리고 베풂이 모아진 아주 드문 경우입니다.


어떤 분야건 실력은 꾸준한 노력과 다양한 삶의 경험 그리고 주변 환경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음악을 들으면 음악적 색채가 느껴지듯, 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나만의 문체를 만들어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취미 수준의 글쓰기를 넘기 위해 오늘도 읽고 쓰며 일상을 담금질합니다. 글을 쓰는 지금이 좋습니다. 나의 좋음이 읽는 분들에게도 좋음이 되도록 한 걸음씩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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