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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Mar 31. 2021

[일상 관찰] 아내 요리를 통해 얻게 된 배움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은 각자 노하우가 있다.

진정한 작가란 실제로 글을 쓰는 사람이지 글에 관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르비츠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날마다 연습한다. 하루라도 연습을 안 하면 나 자신이 그것을 안다. 이틀을 안 하면 비평가들이 알고 사흘을 안 하면 청중이 안다"   
<하버드 글쓰기 강의 중>

아내는 요리를 잘한다. 장모님께 김장하는 법만 빼고는 거의 전수받았다. 유심히 살펴보니 대략 4가지 특징이 있었다. 첫째, 요리하는 것을 즐긴다. 각종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꾸준히 공부한다. 둘째, 새로운 요리에 자주 도전한다. 최적의 맛을 찾기 위해 좋은 재료, 조리 시간, 양념 비율, 음식궁합을 고려하여 절정의 맛을 찾는다. 물론 나는 첫 시식의 영광(?)을 누린다. 조심스레 맛은 보되, 직접 표현은 하지 않는다. 셋째, 맛집 탐방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음식유명한 이유를 꼼꼼히 살펴 요리에 접목하려 애쓴다. 넷째, 먹을 만큼만 그때그때 한다. 냉장고에  들어가면 맛의 식감이 떨어져서다. 아내는 좋은 음식이 건강관리의 기본이라는 을 가지고 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외식보다 집밥에 익숙한 가족들은 만족스럽다. 요리하는 사람은  매번 그 시간이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가족들이 '맛있다'는 말 한마디에 힘듦을 잠시 잊을 뿐이다. 100미터 달리는 것처럼 아내가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아내 요리실력도 하루아침에 늘지 않았다. 가족사랑의 마음을 요리라는 대상으로 계속 표현했을 뿐이다. 맛있게 먹어주는 것, 주방보조를 하며 도와주는  일, 아내가 다시 손이 가지 않도록 설거지와 뒷정리를 말끔히 하는 것은 내 몫이다.


 직장맘의 고충은 비슷하다. 평일은 집으로 다시 출근한다. 근 전부터 "오늘은 무얼 먹을까" 식단을 짜며 반찬 걱정부터 한다. 보통 저녁과 집안 정리, 아이들까지 챙기면 밤 10시가 훌쩍 넘는다. 하루 에너지가 거의 소진된다. 그래서 평일에는 같이 하지 못해 미안함이 많다.


예쁜 곳, 좋은 곳을 보면 나누고 싶다.

아내는 주말에도 쉴틈이 없이 다양한 역할을 완수한다. 주말부부인 남편 건강도 챙겨야 해서다. 아내에게 "간단히 먹자" 하면 "그럴게"하면서도 밥 한 끼 준비에 소홀함이 없다. 아내의 음식은  정성이 듬뿍 담긴 보약과 같다. 음식을 맛보면 아내가 쏟은 시간과 노력이 온전히 전해져 지친 몸과 심리적 허기까지 채워졌다. <당신이 옳다>에서 정혜신 박사는 적정 심리학을 집밥으로 비유하며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엄마의 집밥은 '사랑해'의 행동에서다.


아내는 요리로 '사랑한다'는 표현을 반복할는지도 모른다. 한 끼 식사 준비하는 과정을 보자. 장을 보고, 재료 손질해서 다듬고, 가족 구성원에 따라 반찬을 마련한다. 어쩌면 기획, 준비, 실행하고 가족 평가에 따라 피드백하고 다시 연구하는 기획의 달인이다. 그런 아내가 혼자 먹을 때는 대충 먹는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지쳤기 때문이다. 내가 없는 삶은 자칫 성장이 정체될 수 있기에 당신 몸도 챙기라고 할 뿐이다.

 

요리와 글쓰기는 닮았다. 재료를 모아야 하고, 잘 다듬어야 한다. 할수록 늘고, 평가할 대상이 있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요리 재료는 살 수 있지만 글쓰기 재료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들은 각자 노하우가 있다. 오늘도 아내처럼 즐기고, 글감과 최적의 단어를 찾고, 좋은 글도 읽고, 습작하는 노력을 해야겠다. 생존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는가. 삶을 일구며 작은 몸짓을 나누기 위해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글쓰기라는 여정을 위해. 나를 찾기 위해.

식사는 메인요리 1가지, 국과  반찬은 보통 6~7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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