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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Apr 02. 2021

[일상 관찰] 사진으로 전하는 것

산책하며 드는 뭉게구름들

#1. 뭉게구름 - 다르게 보는 연습


눈에 띄는 것은 이유 있습니다. 마치 나무에서 솟아난 꽃처럼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대상을 조금 다르게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에 익숙해서였습니다. 언제부턴가 섬과 의식적으로 마주했습니다. 처음에는 눈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손발을 움직여야 제대로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보고, 만지고, 느끼면서 하나둘 내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가보지 않는 곳을 가며 새로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자기 계발 책을 보며 다양한 모임도 참여했습니다. 먼저 경험한 분들에게 듣는 것을 즐겼습니다. 더딘 변화지만 조금씩 사물을 보는 안목이 생겼습니다.


사진을 즐겨 찍으면 어느 때가 인상적으로 나오는지 알게 됩니다.  매직 아워(일출, 일몰) 누구나 사진을 잘 찍는다고 착각하시간입니다. 사진 전문가인 선배는 "3년을 찍으니 조금 알게 되고 5년이 지나니 구도와 빛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라고 합니다. 눈이 카메라 렌즈가 되어 모든 대상의 찍을 위치가 머릿속에서   자동화되더랍니다. "9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진 찍기는 어렵더라"는 고백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해졌습니다. 고수도 부족함을 느끼며 끊임없이 노력하는데, 그에 비해 어설프게 아는 것이 실력 인양 의기양양해서입니다. 선배와 여행하면서 어깨너머로 사진 찍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전과는 차원이 다른 특별한 깨우침을 얻었습니다. 툭 던진 말과 보여주는 실습은 산길을 헤매던 중 이정표를 본 것처럼 큰 기쁨을 주었습니다.

축적된 경험에 제대로 된 가르침을 만날 때 다른 시야를 갖게 됩니다. 꽃에 있는 벌을 찍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꿀을 따라 바삐 움직이는 벌은 고정되지 않아 화면이 흔들립니다. 그럴 때는 카메라 위치를 잡고 3분, 5분 기다리면 됩니다. 기다릴 수 있어야 벌이 앉는 순간을 담을 수 있습니다. '다르게 보기'는 '기다리고 인내하는 노력'의 다른 의미입니다.

꽃 하트를 만들어 아내에게 주었습니다.

#2. 뭉게 구름  -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시간


직장인에게 평일 휴가는 바닐라라테처럼 달콤합니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입니다. 아내는 바쁜 때 직원까지 이직해 두몫을 하느라 많이 지쳤습니다.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일과 휴식이 뒤섞인 채 무작정 살다 보면 만성적인 피로에 점차 기력이 약해집니다. 자고 일어나도 몸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스트레스에 민감해집니다. 몸에서는 모스부호처럼 이상 신호를 발신합니다.  몸이 우는 통곡소리입니다. 이제 좀 쉬라며 울부짖는 소리를 외면하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러기 전에  질주  엑셀을 떼고 브레이크를 밟아 멈춰야 합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평일 데이트를 제안했습니다. 쉼이 있어야 몸을 챙길 수 있어서입니다. 건강 잃기는 쉽지만 회복은 어렵습니다. 쉬어야 할 때를 아는 것이 곧 나를 아끼는 것입니다. 마음껏 지친 나를 다독여야 합니다. 회복이  없으면 주변 환경이 내 삶을 지배하게 됩니다. 


다양한 문제들에 맞서되 회피하면 안 됩니다. 내가 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지를 정한 후 최선을 다해 하나씩 해결하며 심적 부담을 줄여가야 합니다. 일을 맺은 후 잘 쉬며 자신의 리듬을 찾아야 합니다. 힘든 고비를 넘을 때 경험의 나이테는 선명해집니다. 대나무가 매듭이 있어 바람에 부러지지 않듯이 힘듦이라는 매듭들은 시련에도 넘어지지 않게 하는 내성이 될 겁니다.

#. 뭉게구름 - 후배의 용기있는 선택을 응원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후배가 있습니다. 승진보다는 꿈을 위해 해외 연수를 택했습니다. 동기들보다 조금 늦게 승진은 하겠지만 그 용기가 부러웠습니다. 아침에 미국에서 안부전화가 왔습니다.


"코로나 19로 지내기 어떤가? 한국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긴장 상태라네"


"미국은 마스크 안 쓰고 다닌 사람이 많아요. 일주일 식량 사러 마트에 가면 오히려 마스크 쓴 우리 가족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아요. 요즘 동양인 혐오 분이기가 확산되어 걱정됩니다."


"벌써 14개월이 지났으니 10개월 남았네. 가족과 소중한 시간 만들고 와. 네 선택이 후회 없도록"


"선배, 무엇을 위해 아등바등 살까요. 건강을 잃고 유명을 달리한 직장 동료를 보면서 왜 저렇게 스트레스받으며 몸 관리를 하지 않나 걱정했어요. 가족을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어요. 비록 코로나 19로 밖을 다닐 수 없지만 타국에서 보니 직장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을 잘 보내려고요."


비록 후배지만 배울 부분이 많은 통화였습니다. 주변을 보고 깨우칠 수 있다는 것이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겪어보지 않고도 미리 조심하니 비싼 수험료는 지불하지 않으니까요.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하루였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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