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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Apr 06. 2021

 [일상 관찰 ]여백이 좋다. 비울수록 채워진다.

여백의 의미, 일상 속 들여다보기

야경을 보는 순간은 길어야 고작 5분. 

화려한 조명보다, 산 위 노을에 시선이 머문다.

인위적인 조명보다 자연스런 빛감을 보며 하루를 돌아본다. 오늘은 어떤 채색으로 물들였을까?

욕심껏 꽉꽉 채우지는 않았나?

누군가에여백을 주었는가?


이 순간 백이 있어 좋다.

오리가 주인공일까?

오리가 주인공일까? 물일까? 물에 비친 건물일까?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욕심부렸다. 오리에 좀 더 줌인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것 저것 담으려는 마음이 늘 앞선다.


너는 찼다가도 덜어낼 수 있어 넘치지 않는데
사람들은 가득한데도 덜어내지 못해 쉬 넘어진다.
汝盈而能損故不溢 人滿而不省故易仆
여영이능손고불일 인만이불생고이부
- 이규보(李奎報), 준명(樽銘)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은 힘들다.고민이 그만큼 필요해서다. 내 입장에서 쏟아내서다. 덜어내고 덜어내서 남길 것만 남긴다는 것은 어렵다. 광고카피의 한 문장이 오래 남는 것은 욕심을 빼고 본질에 집중해서다. 이성보다 감성을 건드려서다.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핵심을 꿰뚫는 힘은 매일 매일 다듬는 노력의 축적에 합일지도 모른다.

주차장에서 마주친 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이 그리운 걸까? 개가 그리운 걸까? 뜻하지 않는 모델이라 순간포착에 만족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반겨주는 너. 물론 내 기준에서다. 너와 조우가 하루를 기대하게 한다.

소박한 일상에서 오감을 찾으려면 작은 것부터 해봐야 한다. 커피 향에 취하고, 혀끝에 맛을 음미할 때 미각은 깨어난다. 계단을 걸으면서도 근육쓰임을 의식하면 경직된 부위를 알 수 있다. 양치하는 손을 바꾸  닦이지 않는다. 서툴기에 구석구석 더 꼼꼼하게 닦게 되는 얻음도 있다. 불편함을 이해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이 생각의 유연함을 키운다.


책을 살피며 멈춘다. 밑줄로 의미를 새기고 적바림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메모하고, 자문자답하며 생각을 잡아 둔다. 마음 여백에 상상하고 사색하며 채운다. 생생한 촉각이 살아날 때 나의 눈부신 가능성들이 반짝거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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