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요즘 부쩍 노래를 흥얼거린다. 주로 뉴에이지, 싱어송라이터 노래를 좋아했던 그녀가 최근에는 부쩍 트로트를 허밍하며 요리를 한다. 대수롭지 않게 기분이 괜찮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연습했다며 굳이 들어보라고까지 한다. 블루투스 마이크로 반주에 맞춰 부른 노래는 노래방에서 부른 효과가 났다.아내 노래가 제법 구성지다. 수 없이 반복해서 부른 모양새다. 감정조절과 음정이 기대 이상이다. 둘째 아이가 듣고 있다가 한마디 거든다. "아빠 보고 싶을 때마다 불렀던 노래예요."
불현듯 몇 주전 아내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힘든 직장일은 차를 타고 오면서 마음껏 노래를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누군가가 많이 그립다는 것은 보고 싶은 것 이면에 힘듦이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묵묵히 엄마의 자리를 지켜내느라 온 힘으로 버텨내는 중이다. 중학교 2학년 딸의 사춘기, 초등 5학년 딸의 전조 증상만으로도 버거울 게다. 주말부부인 남편에게 가끔 보고 싶다며 카톡을 남기는 것은 참다 참다 남기는 것임을 안다. 일하는데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아내의 노력은 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아끼는 방식이다. 그런 아내가 지금 첫째와 분리하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소환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며 힘든 길을 더듬으며 걸어가는 중이다. 선배들, 전문가, 책, 유튜브 정보를 모으고 마음공부를 쉬지 않는다. 어느 순간 추억이겠지만 지금은 하루하루 변화무쌍한 상황들을 마주하며 살아야 한다. 사춘기 자녀도 처음이라 조금씩 익숙해지는 중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아이와 함께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다. 끝을 알면 덜 힘들 텐데.
어제는 해바라기 노래를 개사해서 큰딸에게 불러주는 소리를 들었다."보미는 이런 내맘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