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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문장이 보내는 신호에 멈춤

마음에 내리는 문장과 마주합니다.

by 모티
"많은 사람이 명화를 어렵게 접하기보다 좀 더 쉽고, 낮고, 가깝게 느꼈으면 좋겠다. 그로 인해 삭막한 일상이 더욱 풍요로워지고, 말랑말랑해지기를 바란다.
<출근길 명화 한 점, P282>

아는만큼 볼 수 있다


눈을 뜨자마자 머리맡에 책을 펼칩니다. 2주간 명화 소개 책과 열애하면서 사부작자부작 읽다 보니 일상이 조금은 풍요로워졌습니다. 틈틈이 그림을 보며 잠시 동안 멈출 수 있었습니다. 고마운 책입니다. 아는 만큼 보일 테지만 아직은 그림 보는 눈이 없어 차이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고전을 읽으면서 왜 고전인지를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접할 기회가 적었습니다. 시골에서 자라 대학교 다니기까지 미술관은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사는 동안 미술(예술)을 몰라서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이 들수록 예술을 즐기는 취미를 갖고 싶습니다. 실제로 못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음악을 이해하면서 음악이 주는 감동을 맛보고, 사진 찍으면서 얻게 되는 영감도 좋습니다. 책을 읽으며 책 속에 빠져보고, 글을 쓰면서 관찰하고 다듬는 과정도 소중한 행복의 재료입니다. 보고 느끼는 스펙트럼을 넓혀줄 기회가 될 테니까요.

독서모임 8월 공통도서

기승전 독서


그래서인지 친절하고 게 설명해 준 미술책이 더 고맙습니다. 메마른 일상에 단비처럼 는 동안 지친 삶을 촉촉하게 적셔주었습니다. 작가의 해석에 다 동의할 수는 없지만 시선을 따라가어렴풋하게나마 '그냥 느끼는 대로, 내가 좋은 것부터 보면 되는구나'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작품 배경을 알고, 작가가 추구하는 삶을 이해하는 것은 어느 분야나 중요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 분야를 10년 이상 연구한 결과물을 단 며칠 만에 내 것이 된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일까요. 가끔씩은 그분이 나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것은 아닌지 생각되며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거인들이 이룬 큰 산에서 세상을 멀리 볼 수 있는 있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성장을 위한 소중한 기회니다. 기승전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낯선 분야는 먼저 해본 사람 또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방향을 알면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양을 늘리는 게 필요합니다. 관심이 늘어간다면 몇 권의 책을 더 읽습니다. 관련 영상도 찾아보면 일반적인 내용은 이해됩니다. 비록 머리로 아는 수준이지만 그 분야에서 앎의 경계가 넓어졌기에 이전과는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됩니다. 생소한 분야를 접할수록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내가 아는 지식이 극히 일부라는 것, 공부할 것은 많고 평생 동안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더 겸손하는 이유가 됩니다. 공부했던 노력이 어느 때에 도움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를 접하는 노력은 쉬지 않습니다.


" 아무리 어둡고 힘든 순간에도 엄마는 늘 우릴 지켜 줬고 두 딸에게 힘을 주었다. 사춘기 때는 엄마와 싸우고 맞서기도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엄마가 했던 선택은 늘 우리를 위한 것이었다. (P272)

문장이 주는 위로


아내에게 문장을 보내면서 이번 주도 잘 보내자고 카톡을 남겼습니다. 구절이 보물이라며 힘내겠다고 화답합니다. 지금은 첫째 아이를 위해 생각과 마음을 모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질풍노도와 같은 중2 절 오히려 인생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하면서 기다릴 뿐입니다. 비록 더디기는 하지만 작은 변화에 감사하며 그렇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지혜를 달라고, 욕심을 구하지 않도록 기도합니다. 오늘도 문장이 주는 위로를 기록하며 차 한잔의 여유를 가집니다. 사랑이 모여 변화라는 임계점에 이르는 때를 기다리면서.

Photo by 빛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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