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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Dec 19. 2021

[일상 관찰] 우리 집을 상징하는 것 세 가지

정성은 언젠가는 전달됩니다.


아내가 중2 큰딸과 눈 대화입니다.


"엄마, 우리 집을 상징하는 게 3가지가 있어요"

"뭘까, 우리 딸"

"첫째는 밥, 둘째는 책, 셋째는 엄마, 아빠예요"

"왜 그렇게 생각해"

"엄마가 해준 밥은 다른 곳과 비교할 수가 없어요. 엄마 밥은 최고예요".

 "언제부턴가 집에 책이 많아졌어요. 아빠, 엄마는 책을 가까이하셔요". 

"엄마, 아빠는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사신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결혼해서 사랑이 변하는데 엄마아빠는 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 같아요. 가끔 무섭게 싸울때도 있지만 두 분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세요"



아내가 전말에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에게듣게 된, 듣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롤러코스터 같은 지난 삶이 흑백사진처럼 한 장 한 장 떠올랐습니다. 아내는 언제나 큰딸이 맘을 알까 안타까워했던 게 몇 달 전입니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코로나19가 먼저 알려주었고, 큰 딸이 두 번째로 전해주었습니다.



아내는 요리장인입니다. 매끼마다 대충 하는 법이 없으니까요. 가족을 위해, 음식에 민감아이를 위해 혼신을 다. 결혼 후 5년쯤 되었을 때, 들이척척 해내는 습을 보며 요리를 한다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친구들과 직장 동기들 장가 잘 갔다며 부러운 시선에 우쭐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어쩔 수 없이 요리 하는 아내 맘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자기 계발을 한다며 매일 책을 읽은 시간에 아내는 집안일요리를 합니다. 음식 준비, 요리, 뒷정리를 하는데 하루에 10분 1, 주말은 5분의 1이란 시간을 할애합니다. 15년이 지났으니 음식에만 1만 시간은 훌쩍 넘었습니다. 전문가라 불리는 물리적 시간이 쌓 셈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요리를 할까라며 고민까지 더하니 요리에 감동을 주는 단계까지 이르렀습니다.  


가족에는 지극정성이지만 정작 혼자 있을 때는 식사는 대충 때웁니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데 익숙한 터라 정작 아내에게 소홀 것마음에 걸렸습니다.  


"당신을 위해서 좋은 음식, 최고의 요리를 선물했으면 좋겠어"

" 나를 위해 요리할 힘은 없네. 혼자라면 요리하지 않았을 거야"

"......."


무슨 일이든 혼자 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해야 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요즘은 주방 보조를 하며 재료 손질, 식사 세팅, 설거지, 뒷정리를 하며 아내는 요리만 신경 쓰도록 돕습니다. 내 시간이 귀한 만큼 아내의 시간도 소중합니다. 가끔씩 외식하자며 제안하지만 아내는 여러 이유로 집을 고집합니다.


"남자들은 집안일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며, 도와준 일에 보상을 바라. 그럼 여자들은 뭘까. 맞벌이, 아이들 챙기기, 무한 반복 집안일, 매 끼니 고민, 집안 애경사, 각종 기념일..."


"그러게. 육아 휴직했던 때가 생각나. 집안일을 한다고 하고 퇴근하는 당신을 기다렸는데. 당신은 귀신같이 소홀한 곳을 찾아 '도대체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했냐'며 말할 때 속상하더라"

  

"회사일만 잘하라는 것도 힘들어하는 당신을 볼 때 얼마나 힘들었겠어. 그런 면에서 남자들이 참 편하다는 거예요. 아내는, 엄마는 하루만 없어도 바로 불편한 사람들이 생기니까요"



Photo by 김금채

아내의 뒷모습


어느 요리하는 내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리하는 게 즐겁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아내와는 대조적으로 뒷모습은 애잔했니다. 정성껏 요리하는 모습 속에 어쩔 수 없어서 해야 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음식을 대할 때면 아내의 애씀이 느껴집니다. 영혼을 담아 맛있다는 표현을 더 자주 하게 됩니다. 매 끼니마다 가족의 식성과 영양섭취를 고려하는 아내의 머릿속은 늘 복잡할 테니까요.



아이에게 밥은 사랑


첫째우리 집 상징 셋 중 밥을 먼저 말한 이유입니다. 아내에게 밥은 사랑이요, 희생의 다른 이름입니다. 올해 상반기, 사춘기를 심하게 앓던 첫째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밥이라며 아내는 더욱 음식에 공을 들였다. 지켜보던 저렇게 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아내 몸이 스러질 정도 힘들 보였습니다. 아내 건강이 걱정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염려와 기도가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도울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하며 질풍노도의 시기가 잘 지내기를 바랐습니다. 3개월이 지나자 아이의 얼음장 같은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밖에서 사먹는 음식과 엄마 밥비교할 수 없다며 그래서 일찍 들어왔다는 말에 아내는 그동안 힘듦이 보상받기라도 한 듯 눈물샘이 터졌습니다. 부모의 간섭이 싫어,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다며 뛰처나가려고 했던 아이가 돌아올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밥이었습니다.




장모님을 닮은 아내

   

장모님 음식 솜씨가 습니다. 번 맛본 음식은 직접 만들어 비슷하게 맛을  정도 뛰어납니다. 싱싱한 재료를 위해 발품 수고와 요리 프로그램도 즐겨 보시며 배우는 것도 열심입니다. 아내는 장모님을 많이 닮았습니다. 차이점은 장모님은 음식을 넉넉하게 하는 반면 아내는 먹을 만큼만 합니다. 어려서부터 어깨너머로 배운 가늠에 요리 감각, 가족의 취향에 따라 식단을 만드니 청출어람이 되었습니다.   


아내 "엄마 요리에 정성을 다했던 마음을 이제 이해할 것  같다며, 표현은 적으셨지만 요리로 사랑을 전하신 분이라며 힘들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었다."라고 엄마에 대한 고마움을 상기합니다.


주말부부라 그런지 떨어져 있는 동안 집밥이 늘 생각납니다.  아내의 밥 한 끼는 당 떨어진 순간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처럼 힘이 나게 합니다. 15년을 묵묵히 무보수 특급요리사로 가족 건강과 행복을 위해 애쓰는 아내가 고맙습니다. 오늘도 식재료를 고르고 다듬습니다. 최적의 맛을 위해 영상을 보고 몸으로 익힙니다. 


첫째가 집밥이 정성과 사랑 그리고 눈물이 녹아있음을 알았으니 몇 개월 새 생각이 훌쩍 커버린 모양입니다. 정성은 언젠가는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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