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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Dec 27. 2021

[시 감상]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우리는 모두 삶을 사랑하는 시인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물녘 남대문 시장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아닌 시인이라고.      <민음사, 1982>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중에서>



가끔 시를 짓습니다. 주로 깨달음을 메모해 듬습니다.  

삐뚤빼뚤 글씨를 배우는 것처럼 투박합니다. 그럼에도 왜 시를 지었는지, 어떤 고민했는지 어납니다. 지나온 삶의 흔적인양, 사진을 보듯 그때로 소환됩니다. 작은 글짓이 누군가에잠시 머물러 있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시 한 편이 누군가의 가슴에 시상과 감동으로 피어난다는 상상만으로 잠시 행복해집니다. 진솔한 삶과 통찰을 담은 향기 나는 시를 짓고 싶습니다.


많은 시인과 문학 전공자, 시를 사랑하는 분들 앞에 서면 한 없이 작아집니다. 시인은 상상의 힘으로 언제나 놀랍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언어의 마술사입니다. 상상력의 크기는 고뇌와 사색, 경험과 치열함과 무관치 않을 것입니다.



책을 읽었던 것처럼, 사진을 것처럼 그렇게 시 들이대중입니다. 수십 장을 찍어 얻한 장의 사진처럼, 많은 시를 쓰며 찔끔찔끔 맘에 드는 시도 생산해 냅니다. 시에 관심을 두면서부터 다양한 시를 읽게 되었습니다. 시인의 삶, 시대적 배경 그리고 시가 주는 메시지에 주목합니다. 자연스럽게 시와 호흡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울림 있는 시는 되뇌며 암송합니다. 꾹꾹 눌러써보며 시인에게 주파수를 맞춰봅니다. 떠오르는 이미지와 잔상들을 모아 감상평을 적습니다. 시가 내게로와 새로운 시로 글의 소재로 태어납니다.   




우리는 모두 삶을 짓는 시인입니다.


일상을 기록합니다. 이 주는 여운을 음미합니다. 자연을 관찰하며 사색합니다. 변화와 다름은 사진으로 남깁니다.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처럼, 스치는 편린은 메모로 잡아둡니다. 비록 마음 날씨에 따라 느낌은 다르더라도 한 편 한 편 시를 쓴다는 게 좋습니다. 덩어리 같은 깨달음이 점점 다듬어지는 것시의 매력입니다.


우리는 모두 삶의 언어로 매일 시를 쓰는 사람들입니다. 기쁘고, 슬프고, 아프고, 서럽고, 서운하고, 짜증 나고, 후회하면서 오늘을 살아갑니다. 평범한 일상에 의미 라벨을 붙이면서 흐린 날도 커피 한잔으로 견뎌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각자 삶으로 인생 여정을 채워가고 있으니까요. 엄마는 자식을 위해 정성을 듬뿍 담아 밥을 짓습니다. 직장인은 힘든 하루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으로 다음을 기약합니다. 학생은 외워도 끝이 없는 지식과 씨름하며 인내를 배워갑니다. 장사하는  분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충실한 삶을 사는 것, 그 자체가 시를 짓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삶이 언어로 표현된 것이 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올씩 뜨개질을 하는 마음으로 시를 대합니다.


자기 계발에 몰두하면서 지식을 섭취한 만큼 변화는 더뎠습니다. 정체된 듯, 뒤쳐진 듯 생각이 들 때마다 시는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괜찮아, 지금 잘하고 있어"라며 시가 다독여 주었습니다. 서두른다고 되는 일은 없습니다. 내 깜냥을 모른 채 욕심이 앞서면 탈이 납니다. 남는 것은 부정적 에너지를 나누는 후회뿐입니다.


어쩌면 세상은 시간의 축적과 눈물의 양에 비례해서 움직이지 않을까요. 자신의 부족함을 알며, 역량을 키워가는 겸손함이 필요한 때입니다.  


#시#시감상#김종삼시인#누군가나에게물었다#자기계발#다독#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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