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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Jan 03. 2022

[시 감상]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엄마의 삶은 모두 대하소설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 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2006 샘터 -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중에서>




어머니의 추억


어른이 되어도 부모에게 기대게 됩니다. 힘에 부칠 때면 어머니께 전화하곤 했습니다.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면 조금은  나아졌습니다. 그땐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힘들다고 전화했을 때 엄마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다음날부터 좀 더 일찍 새벽 기도를 가셨을 테니까요. 몇 년 전부터 힘들 때는 전화하지 않습니다. 엄마의 삶도 무거운데 제 걱정까지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일흔을 넘기신 어머니 기력은 예전 같지 않으십니다. 그럼에도 새벽부터 일을 하실 때가 많습니다. 어머니의 지난한 삶을 책으로 남긴다면 대하소설은 될 겁니다.  


동화작가이자 시인 정채봉 선생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기억이 없었습니다. 세 살 때 동생을 낳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선생은 엄마의 얼굴도 모르고 엄마라 부른 기억도 없습니다. 그런 시인이 엄마를 한 번만 불러보고 싶다며 평생토록 삼켰다가 토해낸 절규가 시가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을 부끄럽게 하며 심금을 울립니다. 나이가 들어 부모와 자식은 보살피는 위치가 바뀝니다. 그런 식은 자녀들을 위해서는 계산하지 않아도 부모에게는 그러지 못한 살아갑니다. 부모는 자식에 은혜를 베풀고 자식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대물림 하나 봅니다. 


잠시 추억을 소환합니다. 1989년부터 ~1997년까지 방영되었던 우정의 무대입니다. 

방송은 우정의 무대......

그리고 시간은 흘러 하이라이트인 그리운 어머니 시간이 되고...
"엄마가 보고플 때...." 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무대의 중앙에서 뽀빠이 이상용 아저씨가 무대 뒤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머니 어디에서 오셨어요."
"예, 저는 아들 보러 강원도에서 왔어요~"
특유의 이북 발음이 섞인 강원도 사투리가 구수하다.

"어머니 오시는데 힘드셨죠.. 그래 얼마나 걸리셨어요?"
"예 꼬박 하루 걸렸네요~"
"어머니 아들 보고 싶으시죠"
"예 그럼요~"

연병장의 장병들이 어머니의 사투리에 웃음을 흘린다.
뽀빠이 아저씨는 연병장의 장병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한다.

"저 무대 뒤의 분이 자신의 어머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대 위로..." 그러자 수많은 장병들이 무대 위로 뛰어오르고.... 하나하나 줄을 맞추어 서는데...

한쪽으로 물러있던 뽀빠이 아저씨는 장병들의 곁으로 와서 이야기를 나눈다.

"뒤에 있는 분이 어머니 맞습니까?"
"예! 저의 어머니가 확실합니다."

대한의 남아다운 씩씩한 모습을 한 군인의 우렁찬 외침이다.

"어찌 자식이 어머님의 음성을 듣고 모르겠습니까?
저의 어머님이 확실합니다."
"고향이 어디예요?"
"예 저는 서울입니다."
"예끼 이 사람아 어머니는 강원도에서 오셨는데 떽"

그러며 내려보낸다. 그 장병은 쭈뼛쭈뼛하며 무대 아래로 내려서고 장병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예! 저의 어머님이 확실합니다. 어젯밤 꿈에 신령님께서 오늘 어머님이 오신다는 계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확실합니다."! 그리고 다음 사람...

"저는 어머님의 향기에 이끌려 이곳으로 올라왔습니다."
"어찌 자식이 어머님이 오신 것을 모르겠습니까!

저의 어머님이 확실합니다."
그렇게 몇 명의 장병을 지나치고..

뽀빠이 아저씨는 "아이고 이거 큰일 났네, 어머니는 한분인데 서로 자식이라니..."

하 하 하 하는 장병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다음 사람 뽀빠이 아저씨는 가슴의 이름을 보고
"그래 김일병도 뒤의 분이 어머니가 확실합니까?"
"아닙니다. 뒤에 계신 분은 저의 어머니가 아니십니다."

어쩐지 목소리에 힘이 없다.
"아닌데 왜 올라왔어요."
"저의 어머니는 제가 군에 오기 일주일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 장병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하고 목소리도 우울하다.
그리고 전체의 분위기도 숙연해진다.

"아니,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안됐습니다."
"그런데 왜 올라왔습니까?"
"예, 저는 하늘나라에 계신 저희 어머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올라왔습니다."
"아! 그래요. 어머니께서 지금 보고 계실까요."

"예 어머니께서 보시리라 확신합니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큰섬바위 '아름다운 이야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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