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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Jan 01. 2022

[사진 에세이] 새해 아침 단상 조각 모음

새해 아침 안부를 묻습니다.


설렘 그리고 자책


희망찬 새해, 2022년이 되었습니다. 매일 해가 뜨지만 오늘이 특별한 것은 각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일 겁니다. 늘, 많은 다짐과 소망으로 시작하기에 너무도 설렐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다짐은 며칠 되지 않아 핑계라는 놈 앞에 무릎을 꿇게 될지도 모릅다. 그래도 너무 자책은 안 했으면 합니다. 마음먹은 대로, 생각 한대로 살 수 있는 삶이란 없을 테니까요. 새해는 덜 아등바등하면서 쉼표와 여백을 두며 일상을 일구어가면 좋겠습니다.    



일출을 보는 이유


일출은 '첫'과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첫은 시작을 떠올리게 합니다. 첫차, 첫눈, 첫걸음, 첫만남, 첫인사, 첫경험, 첫사랑, 것을 붙이면 아스라한 추억이 재생됩니다.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었다는 기억을 되새기며 추억 페이지를 뒤적이게 됩니다.


일출 보 새벽에 자주 일어났습니다. 몇 컷을 담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아깝지 않습니다. 기다린 만큼 일출은 자연과 어울려 감동 영화를 만듭니다. 짧은 순간 형형색색 달라지는 찰나는 모든 시선을 빨아들입니다. 부끄러운 듯 살짝 내비치는 수줍은 햇살부터 어느새  눈부시도록 빛나는 태양까지, 순간이 짧기에 귀한 것입니다.


아름다움도 자주 느껴야 무뎌지지 않습니다. 온 세상을 고루 비추는 해를 보며 넉넉함을 배웁니다. 뜨는 해를 보면서 지는  해생각합니다. 일출이 일몰과 닮은 것은 시작과 끝,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다고 걸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승전감사가 됩니다.



덜 후회하는  위해서는


푸르른 날
                             서정주 시, 송창식 작곡

눈이 부시게 푸르는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게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는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모든 대상은 눈과 마음담아 의미를 두면 특별해집니다. 소유가 존재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새해는 눈부시게 푸르는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며 안부라도 묻겠다고 다짐합니다. '다음에'를 기약하며 다시 만나지 못하는 후회는 덜 하려고 합니다. 업무에 치여서, 여유가 없다는 변명보다는 한 번 찾아가는 행동으로 소중한 사람을 대하렵니다. 그리운 사람을 푸르른 날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은 안부라도 물으며 나누겠습니다. 그리운 사람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때가 있을 테니까요.


시인은 말합니다. 내일 내가 죽을 수도, 네가 죽을 수도 있다고. 나중에서야 잃어버리고, 놓치고, 보내 놓고, 뒤늦게 후회하지 말라고 합니다. 덜 후회하는 삶을 살라는 아름다운 명령이 담겨있습니다.


새해는 중한 분들께 안부 전화도 더 드리고 찾아뵙는 기회도 더 만드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입바른 소리는 줄이고 좀 더 표현하겠습니다.  



책연 그리고 울림


새해 아침 읽은  덕분에 감동이 두배입니다. 정채찬 교수님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서 '가진 것'과 '잃은 것'이 나옵니다. 고된 일상 속에서 소중한 것을 잃지 않는 시인들의 삶에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소중한 것 깨워 주는 시에 울고 울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오롯이 담고 있는 편이 누군가의 인생을 꽃피우게 하는 꽃씨가 됨을 믿습니다. 귀한 책을 만나는 것, 책연입니다. 새해 아침 감사할 이유가 늘었습니다.  



"인생에 직진은 없습니다. 있다 한들 아름답지 않습니다. 구불구불 굽이지고 굴곡진 길이 아니었다라면 죽음을 향해 직진했을 것입니다. 죽음의 공간인 것 같았던 청산과 무인도가 생명을 살린 것처럼, 그 고독의 경지가 인생의 진경을 보게 해 주고 삶과 예술의 진경에 들어서게 해 준 것처럼, 에둘러간 곡선이 그리도 고맙고 값진 겁니다."
<정채찬,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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