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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내가 말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면

한 사람의 몸짓, 세상을 변화시키는 나비효과

by 모티



"내가 말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면 나는 카메라를 메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루이스 하인은 사진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포토스토리'란 용어를 처음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김경훈 저,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20세기 초 미국은 근대 산업화의 바람직하지 못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기회의 땅,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그들에게는 생존의 전쟁터였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은 학교 대신 일터로 향했습니다. 심지어, 많은 아동 노동자들은 심각한 건강 문제와 산업 재해에 노출되어 성장장애와 저체중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미국아동노동위원회(이하 아동위)가 결성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노동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아동위는 미국 전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아동 노동의 실상부터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증거, 즉 사진으로 기록하기로 결정하고 적임자를 물색했습니다. 당시 사진을 사회학 연구에 접목했던 루이스 하인이 낙점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공장에서 일한 경험,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기에 아동위는 그에게 큰 역할을 맡겼습니다. 그가 맡은 임무는 아동 노동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을 넘어 '아동 노동은 나쁜 것이 아니다' , '노동하면서 직업 교육을 받는 것이다'라는 그 당시 잘못된 사회 인식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아동위 조사관 신분인 그에게 호의적인 작업장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성경책 판매원, 보험 외판원, 공장기계를 찍는 사진사로 위장하여 현장에 잠입해야 했습니다. 도둑촬영을 하며 틈틈이 아이들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어렵게 촬영한 사진 정보는 언론에 공개되었고 전시회까지 이어졌습니다. 변화의 속도는 더뎠지만 루이스 하인은 10년 동안 꾸준히 사진으로 증명하는 작업을 쉬지 않았습니다.


<출처 -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한 사람의 고귀한 헌신이 동심원의 물결처럼 번졌습니다. 1908년부터 시작된 그의 노력에 1914년에 미국은 14세 이하의 노동을 금지하고, 16세 이하의 어린이는 8시간 동안 노동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게 됩니다. 마침내 1938년 미국에서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된 공정 근로 기준법이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2년 후 그는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그의 사진이 미국 사회를 하루아침에 변화시키지는 못했지만 그의 사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당시 미국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중에서>


<출처 -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그가 114년 전에 했던 일은 다큐멘터리 사진, 포토저널리즘이라는 용어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던 당시에는 혁신적인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사진기자들은 그에게 커다란 빚을 졌을지도 모릅니다. 사진 저널리즘의 선구자로서 그의 노력이 존경받는 이유입니다.


한 사람의 몸짓이 나비효과가 되어 세상을 변화시켰습니다. 그의 사진이 아동 노동 현장을 대중에게 전달한 덕분입니다. 오늘날 선진국에서 만큼은 아동 노동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조동화 시인의 '나하나 꽃피어'라는 시처럼 한 사람의 작은 꽃이 들판을 온통 꽃밭으로 물들였습니다. 루이스 하의 열정과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이유입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된 어린이들이 1억 5천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비록 우리가 루이스 하인처럼 할 수 없을지라도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작은 일부터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면 겠습니다.


#루이스하인#사진이말하고싶은것들#문장산책#김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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