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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산책] 오늘날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나는 잘 듣는 사람일까요?

by 모티
오늘날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백신이나 새로운 종교나 새로운 생활 방식이 아니다. 달이나 다른 태양계가 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더 크고 더 성능 좋은 폭탄과 미사일은 필요하지 않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환자'가 아닌 한 인간에게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이다.
- 테일러 콜드웰, '귀를 기울이는 사람' -
<질문의 7가지 힘> 재인용


우리는 왜 질문을 할까요? 원하는 것을 듣기 위함입니다. 사람들은 남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귀를 기울일까요? 사람들이 무엇을 판단하고 결정할 때 자신의 관점에 의존하는 '자기중심적 편향'은 닐까요.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사람들은 얼마나 다른 이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까? 최근 발표된 독일 괴팅겐 대학교의 심리학자 토마스 슐게어라흐 박사 연구팀의 '의사 결정에서 다른 이의 조언이 미치는 영향' 실험 결과를 보자.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임의의 두 지역을 주고 이 지역 간 거리를 추정하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한 사람은 결정에 필요한 조언, 정보 또는 제안을 제공하는 고문 역할을,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정보를 평가하고 결정 과정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는 판결자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조언이 판단에 영향을 주는 비율은 30퍼센트에 불과했다. 즉, 다수의 연구 참여 자들은 자신의 생각에 더 큰 신뢰를 갖고 이에 기초해 결정을 내렸다. <이투데이, 2021. 6.16. 과학 놀이터 글 인용>


보통 정보를 얻는 방법은 읽고 보는 관찰과 질문을 통해서입니다. <질문의 7가지 힘>에 따르면 듣기는 귀로 듣기, 눈으로 듣기, 두뇌로 듣기, 가슴으로 듣기 등 4가지 도구가 있다고 합니다. 로 듣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니 끄러운 대화 전개가 어려웠던 겁니다.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아 자주 끊긴 것처럼 버벅거릴 때가 많았습니다.


문제를 아는 것부터


"얘기를 귀담아듣지 않는다"라며 아내에게 자주 핀잔을 들었습니다. 건성으로 들으니 아내는 "답답해. 대화가 안 통해"라며 만이 많았습니다. 불필요한 에너지가 낭비되었습니다. 아내는 반복해서 말하게 되고, 한 귀로 듣고 흘리며 굼뜬 내 모습에 바람 잘날이 없었습니다.


아내를 사랑하지 않아서 일까요. 문제는 듣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배여서였습니다. 듣기의 중요성을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쓰기, 읽기, 말하기는 배웠어도 듣기에 대해서 고민해 본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인 영역이었으니까요.


잘 들으면 관계가 개선됩니다.


상대가 대화에 집중하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내 얘기에 공감하며 맞장구치면 쳐졌던 기분도 금방 풀립니다. 문제를 해결해달라고는 것인지, 얘기를 들어주라는 것인지만 구분해도 대화의 불협화음은 줄어듭니다. 흘려듣지 않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긍정적 신호가 됩니다. 대화에 집중할수록 상대는 나에게 호감을 갖게 됩니다. 다음에 고맙다고 피드백을 하거나,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다시 만나고 싶어 집니다.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섭니다.



대화가 잘 통하는 아내


주말부부라 퇴근할 때 아내와 통화하며 일상을 나눕니다. 아이들 양육부터 건강까지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주말 오전엔 드라이브를 하며 교외 근처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아내와 대화가 잘 통한다고 느낀 것은 4~5년 남짓입니다. 아내의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계기였습니다. 직장생활과 육아, 집안일에 지친 아내 고충이 보였습니다. 집안일 A부터 Z까지 챙겨야 했던 아내의 입장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매사 준비성이 부족한 남편 몫까지 많은 짐을 져야 했던 아내의 입장에 미안했습니다. 아내가 반복해서 했던 말을 곱씹었습니다. "화장실 사용 후 다음 사람도 생각해 주세요", "제때 물건은 정리하세요." "아이들에 집중해 주세요", "불규칙적 생활습관은 도움되지 않아요." 대화를 의식한 만큼 아내의 짜증이 줄었습니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사랑임을 알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함께 일했던 동료가 고민을 털어놓거나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의견을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민 경험을 나누 료의 심적 부담이 줄어듭니다. "나만 힘들구나"에서 "다들 비슷하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힘들어했던 A


A는 몸이 자주 아팠습니다. 매사 의욕이 없었습니다. 잠 못 자는 날이 많았고 술에 의지했습니다. 식사도 불규칙해선지 위가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궁금했습니다.


몇 번의 대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미워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가족 간 대화는 부족했고, 몸이 약하니 마음까지 심약해졌습니다. 건강 회복이 저였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진료부터 권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안정을 위해 약을 처방해주며 당분간 쉼을 권했습니다. 휴직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통화하며 술은 절반, 하루 30분 이상 산책, 시편 한 장 필사하기를 부탁드렸습니다. 한 달 후 예전보다 잠도 잘 잔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자존감, 건강, 습관 관련 책을 몇 권 추천했습니다. 이후 가끔 안부를 물었습니다. 목소리를 밝았고 짧은 통화에도 활기가 묻어났습니다.


2년 후 주쳤을 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애쓰고 살았는지, 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표정이 말해주었습니다.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내 얘길 들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려움을 복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업무에 부담 갖은 B


새로운 일을 처리할 때 유독 힘들어하는 후배가 있었습니다. 당황하며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고시를 준비하다가 가정 형편 상 어쩔 수 없이 공무원 시험을 응시했 터라 다른 꿈에 미련이 남았습니다. 생각했던 것과 공직 생활이 많이 다름에 실망이 컸습니다. 늦깎이로 시작한 터라 마음이 바빴습니다. 은 일에 위축되었고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후배가 일하는 방식을 유심히 살펴보며 함께 고민했습니다. 후배는 몇 년 전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후배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제 경험을 조금씩 나누었습니다. 작은 성취부터 도왔습니다. 묻어두었던 상처를 나누며 후배가 덜 힘들기를 바랐습니다.


타 기관에서 근무하는 동안 만날 기회는 없었습니다. 휴가내 찾아온 후배와 식사하며 근황을 물었습니다. 많이 의젓해진 후배가 고마웠습니다.



잘 듣는 것도 노력의 산물입니다.


아내가 말하는 동안 눈을 맞추지 않았고, 손으로 얼굴을 만지며 말하는 내용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상대가 얘기하는 이유가 정보 전달인지, 속상해서인지, 나의 태도 변화인지 등을 헤아려보지 않았습니다. 피곤할 때는 중하는 것도 힘이 들었습니다. "지금 피곤한데 다음에 챙길게"라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는데 그러지 못해 속상한 적도 많았을 것입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듣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습성 때문입니다. 평소 건성건성 듣는다는 분들은 표정과 자세에서 듣기 싫다는 신호를 발신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슴으로 듣기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상대에 주파수를 맞추어 호응하는 것이 대화의 핵심이었습니다. 대화에는 다양한 정보가 있습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상대의 마음 날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상대를 배려한 만큼 밀도있는 관계로 발전합니다.


나는 잘 듣는 사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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