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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Jun 11. 2020

[일상 관찰] 사진을 보며 '시'를 담다.

가족텃밭과 사색, 꽃과 시



집 근처 대학교에서 가족텃밭을 보았다.

처음 분양 때는 잘 가꾸겠다고 다짐했을 터였다.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잡초가 점거해 버린다.

농작물의 특성에 따라 적기에 돌봐주어야 한다.


본래 가지고 있는 마음에도 바탕(마음밭)이 있다.

의식하지 않으면 욕심이라는 놈이 주인행세를 한다.

마음밭을 돌보지 않으면 욕심 밭이 된다.

쉽게 얻으려 하고, 노력 이상 바라는 걸 경계해야 한다.

텃밭을 잘 가꾼 사람은 안다. 경험을 해봐서다. 밭을 보면 어떻게 관리하였는지 가늠이 된다.

교육 기간 중 봉사활동이 여의치 않아 죽녹원을 가게 되었다. 대나무 숲을 거닐다가 눈을 감았다. 바람소리가 시냇물 소리처럼 들린다. 사각거리는 소리에 마음까지 정화된다. 지나는 사람들을 보았다. 걷는 사람과 거니는 사람이었다. 난 주로 걷는 사람으로 살았다. 때론, 사진에 집착하다 중요한 것을 놓치기도 했다.

빛깔은 경이롭게 시선을 모은다. 어릴 적 배웠던 시가 떠오른다. 꽃은 피어남으로 존재를 뽐낸다. 존재를 알아줄 때 특별함이 된다. 존재 이상을 기대하기에 욕심이 자란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빛나는 조연들이 있다. 꽃을 배경으로 만드는 큰 눈망울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보였나 보다"


시를 즐겨 암송하는 분이 있다. '수선화에게', '나하나 꽃피어', '방문객', '바닥에 대하여', '풀꽃', '산벚나무'....


내게도 시가 하나둘  緣이 되기 시작했다.

          안개꽃

                               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꽃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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