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이 새로 오셨다. 작은 키지만 강인함이 느껴지는 인상이었다.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드려도 형식적으로 응대했다. 볼 때마다 왠지 찜찜했다.
“웃으면서 친절하게 응대하시면 좋을 텐데....”
기어이 사건이 터졌다. 배송 물건을 찾으러 간 아이에게 없다면서 짜증을 냈단다. 몇 시간 후 장모님이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아저씨가 평소에도 불친절하다고 했다. 경비실로 내려갔다.
“OO호 배송 물건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OO호네요. 목록도 없고, 찾아도 없는데도 번이나
왔습디다.”
“혹시 모르니 한 번 더 찾아봐 주십시오.”
“없다니까요. 이 사람들이 없다니까 계속해서 찾아오네.
내가 빼돌리기라도 했다는 거요”
평소 태도도 못마땅하던 터라 작심 발언을 했다.
“뭐라고요. 말씀이 심하시네요. 배송은 되었다고 하고 예전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어확인을 부탁드리는데 뭐라고 하셨습니까?
“젊은 사람이 어디 아버지 뻘 되는 사람한테 말 버릇없이
함부로 말하나”
“나이를 드셨으면 드신 만큼 행동하십시오. 주민들에게
불친절해도 됩니까”
“뭐야.”라면서 팔로 몸을 밀쳤다. 심장이 두근거리며온몸이떨렸다.큰 소리로 실랑이가 오고 갔다.
“다음에도 이러시면 정식으로 항의하겠습니다.”
“네 마음대로 해.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려”
경비 아저씨를 멀리 서라도 마주칠 때면 의식적으로 피했다. 불편한 감정은 계속해서 남아있었다. 며칠 후 아내는 경비아저씨가 조금은 달라졌다라며 나눈 얘기를 전했다. "허리와 무릎 때문에 병원을 다니시고 요즘 몸이 불편하신가 봐"상황이 그려졌다. “몸이 불편하면서 그동안 어떻게 일을 하셨을까”라는 머쓱함이 들었다. 기회를 보다 아저씨께 사과를 드렸다. 아저씨도 미안했다며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인사성 없다고 느낀 것이 결국은 말싸움으로까지 확대되었다.
평소 낯선 사람을 대하는 나의 모습이 아닐까? 경비아저씨의 인사성과 말투, 외모와 옷차림, 주변 평가 등으로 불친절하다고 판단하고 적절한 때만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을까? 지레짐작하면서다른 가능성을 무시했다. 맥락을 알기 위해 물어보지 않았다. 이번만 그러했을까?
이 책은 어떤 어려운 문제에 관한 책이다. 특히 우리 사회가 사는 현대의 경계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것 말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P 397)
말콤 글래드웰의 타인의 해석은 삶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일에 대한 우리의 근거 없는 자신감에 도전하고 그로 인한 어리석음을 질타한다. 당연하다는 것들에 의문을 던진다. 상대방의 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가 잘못된 전략에, 그것도 매우 고집스럽고 장기적으로 의존했다고 말한다.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진실일 것이다’라는 가정을 깨부수어야 한다는 역설을 설파한다.
매일 낯선 사람을 만나고, 겉모습으로 쉽게 판단하는 것에 위험성을 제시한다. 저자가 취재한 수많은 정보와 면담으로 결론을 추출했고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공신력 있는 연구도 참고했다.
신호위반을 한 흑인 여성이 말다툼을 하다 경찰서에 연행되어 4일 후 자살을 하게 된다. 그 사례를 통해 낯선 사람에 대해 얼마나 서투르며 위험한지를 알리며 책은 시작된다. 우리는 매일 낯선 사람을 만나고 보이는 것으로 쉽게 판단하며 산다. 우리는 우리와는 다른 전제와 관점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 항상 접촉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낯선 사람을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출생, 가족관계, 성장과정, 학업과 전공, 인간관계, 직업, 인생관 등 살아온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직업상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사람들은 상대의 성향을 파악할 확률이 높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낯선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툴다. 가족이 아닌 이상 심리적 상태와 현재 상태를 알기란 더욱 쉽지 않다. 사회적으로 여러 역할을 해야 하는 현대인들은 상황에 따라 맞는 가면을 쓰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짐작하기보다는 타인을 알기 위해서는 궁금한 것을 정중하게 물어보아야 한다.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읽는 동안 많은 질문을 하게 되었다. “몇 가지 정보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본다고 생각했던 어리석음이 있지 않았을까?” “성급하게 일반화를 하면서 좁은 프레임으로 상대를 대하지 않았을까?” “객관적인 사실에 의해 판단하기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것으로 접근하지는 않는가?”
저자는 3가지를 인정하고 의식하라고 한다. 첫째 우리가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그의 대답을 해석하는 것에 지독하게 서툴다. 둘째, 낯선 사람을 보고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말고 그의 말과 행동에만 집중하지 말라. 셋째, 낯선이 와 대화에서는 대화보다 맥락을 고려하라고 한다.
우리 보통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의 심중을 투시력으로 꿰뚫어 보는 완벽한 기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제와 겸손이다. (P 398)
대작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남은 책이다. 샌드라 블랜드, 이중간첩, 히틀러, 폰지 사기, 성소수애자, 테러리스트 흥미진진한 사례들은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생각해 보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작가가 주장하는 논지는 결론을 두고 맞추는 듯했다. 사례에 대한 이해와 해석은 갸우뚱할 때가 많았다.
이 책을 통해 타인을 대하는 모습을 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었다. 타인을 쉽게 알 수 있다는 생각도 경계하게 되었다. 대가나 희생을 치르지 않고 낯선 사람과 친해질 수 있다는 것도 욕심이었다. 낯선 사람을 해독하는 능력은 극히 일부임을 인정하며 타인을 대할 때는 겸손과 사람을 향한 마음이 중요하다. 평소 사람을 잘 파악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기준으로 쉽게 재단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며, 타인에 관심이 적었던 사람은 상대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필요할 것이다.코로나 19가장기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서로의 환경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