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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Mar 07. 2022

[시 감상] 정현종님의 '방문객'

암송하며 자주 읊조리는 시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머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암송하는 시 몇 편중에 하나애정십니다. 500번,  1000번은 읆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내에게, 교육 동기에게, 회식자리 건배사로, 책 선물 엽서 문구 수없이 인용하였습니다. 8년 전 운명처럼 방문객 시를 접하고부터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떠올렸습니다. 관계에 대해 한 뼘쯤은 생각이 커졌습니다.


누군가와 첫 만남은 놀랍고도 엄청난 사건입니다. 하지만 세월은 첫 만남의 설렘을 점차 풍화시킵니다. 불완전한 존재, 연약한 인간은 허점 투성이라 그렇습니다. 항상 맑은 날이 아니듯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살다 보면 기쁨보다 상처받는 일이 많습니다. 가족이 아닌 이상 이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서로 잘해주어야 유지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며 관계 맺음에 익숙한 채 살아갑니다. 사람을 만나는 건 그의 과거와 현재를 마주하는 겁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연이라면 특별한 관계로 발전되어 갑니다.




살아왔던 과거의 실패가 어떤 사람에게는 용기와 성장의 자양분이 되기도 합니다. 현재의 내 모습이 누군가에게 좋은 자극을 줄 수도 있습니다. 부족한 내 모습이 이모양 저모양으로 도움 될 수도 있음을 믿습니다. 현재를 보려면 그 사람이 걸어왔던 길을 보고, 미래를 보려면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면 됩니다. 그래서 지금 잘 사는 삶이 과거와 미래를 해석하는 단초가 됩니다. 이해관계로 맺는 관계는 조건적, 일시적입니다. 언제라도 헤어질 수 습니다. 그래서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의 일생을 대면하는 일이기에 정성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을 알수록 이해의 폭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미워하는 사람이 있는 건 그만큼 기대하는 바가 컸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기대는 낮추고 상대의 부족함을 안타까워할 수 있을 때 관계의 서툼이 줄어듭니다. 어렵습니다. 마음공부를 쉬지 않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람은 입의 열매로 말미암아 복록에 족하며 그 손이 행하는 대로 자기가 받느니라"  잠언 12장 14절


#문장산책#방문객#정현종#시감상#환대#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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