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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Aug 06. 2022

[일상 관찰] 청소하며 느끼는 것들

들쑥날쑥한 생각의 흐름을 잡아둡니다.


답답할 때면 주변을 청소하는 습관이 다. 사무실, 방, 화장실, 자동차 등을 깨끗이 정돈하면 막힌 곳이 뚫린 기분이다. 특히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화장실 바닥을 솔로 빡빡 문지르곤 했다.

 

 며칠 째 집에서 지낼 일이 있었다. 하루만 지나도 먼지와 몸의 부산물생겼다. 작은 공간임에도 구석구석 손이 많이 간다. 10년 전 지은 곳이라 쓸고 닦아도 표가 나지 않는다. 혼자 생활해도 이런데 함께 사는 공간은 어떨까.


 집은 어지는 사람, 치우는 사람으로 나뉜다. 정리에 대수롭지 않은 사람은 어지는 것이 익숙하다. 문제는 남에게 피해줌을 의식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치우는 사람은 매일 낭비적인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나쁜 습관은 좀벌레처럼 관계를 야금야금 갉아 먹는다.


 눈에 보이는 것은 치우면 되는데,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떨까. 제 때 마음표현하지 않으면 불편하고 눅눅한 감정이 쌓인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잠재적 지뢰가 된다. 적절히 치유하지 못해 방치된 상처는 곪아서 터지게 된다.


 이유 없이 짜증 날 때가 자주 있다면 십중팔구 잠시 멈추라는 신호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 부정적인 생각이 자주 들면 좋지 않은 기운이 몸에 쌓이게 다. 그대로 상대에게 달되기에 가급적 부정적 생각은 줄이는 게 좋다. 계속되면 근육이 뭉치고 피로가 쌓인다. 


 지저분한 환경에서 감기 걸리기 쉬운 것처럼, 혼란스러운 마음이 삶의 리듬을 깨뜨리는 주범이다. 무의식은 늘 속삭인다. 좀 더 편하고, 좀 더 쉽게 살라며 그렇게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다고. 


엊그제 창밖의 빗소리를 10분 이상 들었다. 태어나서 오롯이 빗소리만 의식하며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빗소리를 노트에 적어보았다. '투두둑, 투두둑', '툭 툭 툭...' '쏴....' 의성어를 나타내기 쉽지 않았다.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제한되었다. 언어에 삶이 종속된다는 깨달음이 생겼다. 다양한 단어, 좋은 단어를 많이 사용할수록 삶은 더욱 풍성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쓸어도 닦아도 나오는 먼지처럼, 내 생각의 먼지들은 없는지 돌아본다. 몸을 청결히 하면 건강에 도움 되는 것처럼 마음그렇다. 이불빨래 후 햇빛에 뽀송뽀송 말리는 것처럼 나를 위해 눅눅한 마음을 말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몇 년 전부터 스트레스를 의식한다. 몸이 뻐근해지면 장소에 따라 잠시라도 산책, 필사, 독서, 사진 찍기, 음악 감상을 한다. 멈춤을 통해 숨을 고른다. 내뱉는 날숨은 균형 있는 삶을 위한 소중한 습관이 되었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두더지 머리처럼 불안감이 수시로 올라오지만 이유 라벨을 붙이며  마음을 방치하지 않는다. 책을 통해 마음 날씨를 확인하고, 쓰기를 통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니까.


#청소#감정#정리#마음#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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