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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Apr 19. 2022

[포토에세이] 다시 사진을 찍습니다.

감사의 이유는 무제한입니다.

출근길에 한 컷


매일 반복된 공간으로부터 단절된 이후 감사가 부쩍 늘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작은 방에서 지내며 평균 오백보가 넘지 않았으니까요. 늘상 하던 일을 할 수 없어서 많이 답답했습니다. 좁은 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약을 먹고 누워있는 것과 틈틈이 책과 영상을 보며 간접경험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몇 년 동안 평균 3장 이상 사진을 매일 찍었습니다. 거리 풍경, 하늘과 구름, 길과 꽃, 산과 나무, 야간경관 등을 주로 담았습니다. 변화를 관찰하며 산책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주는 창밖으로 보이는 유채를 줌인해서 찍는 것, 거리를 지나는 사람을 보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하고 싶어도 못 할 때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건강 언제까지나 좋을지도 모릅니다. 남은 시간이 유한하다는 깨달음은 인간을 보다 성숙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자연은 언제나 형형색색 계절의 변화를 일러줍니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텐데요. 저는 반영 사진을 즐겨 찍는 편입니다. 사진에 반사된 피사체가 생각 스위치를 누릅니다. 의식과 무의식, 육체와 정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등 대비되는 상상이 좋습니다.


동일한 장소를  몇 개월 동안 찍어보았습니다. 시간과 날씨, 습도와 바람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 백장을 찍은 후에야 마음에 드는 사진 몇 장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작은 변화를 관찰하며 꾸준한 반복이 임계점이 이르러야 다름을 볼 수 있는 눈이 조금 생긴다는 것입니다. 몇 백 권의 책을 읽어야 인생 책을 겨우 찾을 수 있듯 우리의 삶은 지루한 반복을 견디며 '나만의 것'을 찾는 여정인지도 모릅니다.


요즘 들어 나를 멈추게 하는 것에 것에 주목합니다. "왜 내가 반응할까"는 질문을 던집니다. 처음에는 이유가 없지만 어느 순간 '유레카'를 외치는 때도 있습니다. 내 느낌을 따라가는 것, 낯섬에 대해 반응하는 촉수가 있다는 것도 새롭습니다.   

내 취향은 소중하니까요.



오미크론 태풍이 지난 후 몸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후유증인지 집중력도 떨어지고 계속해서 앉아 있기도 불편합니다. 몸이 불편하니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 근무할 공간이 있는 것, 음악과 책이 더 소중해진 것, 가족이 각자 자리에서 건강한 것, 몸의 소중함을 절감한 것,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감사의 이유는 무제한입니다.


https://brunch.co.kr/@mssjone/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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