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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Jul 25. 2020

[일상 관찰] 비 오는 날 걷다 보면 보이는 것들

자연 협연, 손 편지, 지구별 위기, 담장의 높이

#1

점심을 먹은 후 잠깐씩 걷는 편이다. 동료와는 정담을 나누는 때, 혼자는 작은 변화들을 관찰한다. 지루한 장마라도 걷기 본능을 막지는 못한다. 보슬보슬 내렸던 비가 장대비로 바뀌자 무뎌진 감성이 살아난다.


또르르륵 잘잘잘 개울 소리, 후두두둑 빗소리, 쓰와 쉬이 하는 매서운 바람소리가 순간 협연을 만들어 낸다. 신발은 젖었지만 나오길 참 잘했다.

#2

우체통이 정겹다. SNS로 익숙해져서 손 편지는 점점 잊히고 있다. 밤새도록 끄적이며 다시 쓰던 설렘마저도 희미한 추억이 되었다.


#3

<문명, 그 길을 묻다>에서는  미국 1세대 환경운동가인 웬델 베리와 인터뷰하기 위해 4개월 동안 몇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소통했던 내용이 나온다. 이메일이 없고 보통우편을 받을 수 있는 한적한 시골에서 살아서다. 저자는 정성스럽게 편지를 부치고 두 달쯤 기다리다가 편지를 받는다. 이후 몇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인터뷰를 하는 과정은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숙성된 시간만큼 만남은 특별해졌다.


#4

지구에서 소비되는 목재의 대부분은 열대우림에서 공급된다. 그러나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열대우림은 목재 사용을 위해 베어질 뿐만 아니라, 고기를 얻기 위한 목축지로 바뀌면서 점차 황폐해져가고 있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해 식물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다. 이로 인해 천적이 사라지면서 생태계가 교란되고, 나아가 전염병까지 창궐하게 되는 악몽 같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문명, 그 길을 묻다 중>

현대 문명은 폭주 기관차처럼 앞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편한 세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누리는 만큼 폐해도 크다. 자연은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채 자주 화를 내고 있다. 환경 전문가에 따른면 지구 오존층 파괴는 필요 이상의 물을 증발시켰고 균형을 잃어 집중호우가 많아지고, 봄까지 눈이 내리고, 봄 홍수와 여름 가뭄 그리고 초대형 허리케인과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지구별의 위기다.


무분별한 자원개발은 유토피아를 꿈꾸게 했지만 자연의 반란으로 되돌아왔다. 어쩌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유는 인간의 헛된 똬리들이 나타나 생태계를 파괴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5

담장이 꽤 높다. 벽은 마치 적을 막는 성벽처럼 위압감을 준다. 안에서만 밖을 조망할 수는 있는 일방적 시선이다. 경관은 조망되고, 사생활은 보호될 테지만 보고 있노라니 씁쓸하다. 쌓인 벽돌만큼 외부와 단절은 높아서다. 그나마 대문에는 소통의 여지를 두었다.

#6

무궁화가 외로이 피었다. 길을 비추는 가로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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