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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Sep 12. 2022

[문장 산책]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리는 문장비에 흠뻑 젖습니다.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안도현- , 최전선의 글쓰기 중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평일엔 하루 20분도 쉽지 않다. 1시간 이상 몰입할 수 있는 기억은 추억이 되었다. 변화된 환경은 소 1년 이상 빠른 속도로 달리라는 삶의 단순화를 요구한다.


잠을 줄이는 노력도 어느 정도 예측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좋은 음식, 틈틈 운동으로 적당한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선배들은 한결같이 각종 영양제, 건강보조식품, 한약의 힘을 빌렸다고 했다. 매일 15시간 이상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반복적인 무와 새로운 과제를 기계적으로 해내는 것이 존재의 이유가 되었다. 이 과정이 지나야 비로소 공무원으로 꽃이 피기 때문이다. 하루에 몇 잔씩 마시던 커피를 한잔만 마셔야 한다면 그 전과는 다른 기분으로 대할 테다.


엉덩이로 글을 쓰는 것이 기본임을 안다. 그러나 주말에 1~2시간도 여의치 않다.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까지 현재로선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매 순간 하루를 잘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태평성대일 때는 잘 알지 못한다. 좋아하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는 것의 기쁨을. 풍요에서는 결핍을 깨닫기 어렵고, 미리 준비하는 간절함도 생각에 그칠 때가 많았다. 현재에 충실하며 내 역할을 감당하는 , 그것이 최선이다.


<최전선의 글쓰기> 은유 작가는 "글이란 본디 자기 능력보다 더 잘 쓸 수도 없고 더 못 쓸 수도 없다"라고 했다. 내 수준 이상 욕심내지 말고 관찰하고 고민하며 꾸준하게 글쓰기에 매진할 것을 주문한다. 공감 가는 글, 흡입력 있는 글은 저마다 치열한 노력과 투쟁의 산물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장은 벼리고 벼린 결과물이다. 고통, 눈물, 질병, 인내, 절제, 포기, 도전 등 측량할 수 없는 삶의 무게가 녹아있다. 우리가 접하는 글이라는 빙산의 이면에는 엄청난 양의 노력과 희생이라는 큰 산이 있음을 기억한다. 김현 작가도 말하지 않았던가.


"마주치거나 부딪치지 않고 이해되는 것은 없다."


바쁜 중에도 한 줄의 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은 간절함에 비례할 것이다.


"스마트폰에 뺏긴 시간은 있어도 읽고 쓸 시간이 없다고 푸념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는 않아야지."


좋은 문장은 좋은 삶을 살도록 이끎을 믿는다.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이 곧 글쓰기요, 글쓰기가 곧 삶과 연결되도록 다짐의 끈을 놓지 않는다.


photo by 여름

#글쓰기의 최전선#문장 산책#안도현#은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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