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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Aug 28. 2022

[문장 산책]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문장에 잠시 멈추며 눈을 감습니다.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막힌 삶을 글로 뚫으려고 애썼다. 스피노자의 말대로 외적 원인에 휘말리고 동요할 때, 글을 쓰고 있으면 물살이 잔잔해졌고 사고가 말랑해졌다.
<글쓰기의 최전선, p23>


여유가 있다고 책을 읽는 게 아니다. 시간이 남아서 글을 쓴 것도 아니었다. 틈틈이 시간을 만들고  읽고 쓰기 위해 노력했다. 삶은 시시 때대로 지루한 반복과 희생을 무한 요구하지만 휩쓸리지 않는 힘은 오롯이 개인 몫이다. 하루에 20분 확보가 벅찰 때도 있다. 2%가 되지 않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은 자꾸 미뤄지고 해야 하는 일은 쌓아간다.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닌 것도 지금은 별일이다.


불안과 초조는 호시탐탐 일상을 공격해 흐트러 트린다. 그럴 때는 잠시라도 몸을 움직이거나 책이 도움되었다. 걸으며 주변 관찰, 좋은 문장은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특효약이었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더라도 잔뜩 낀 안개처럼 곧 지나가리라는 경험칙이 생겼다. 덜 서두르고 가끔 브레이크를 밟으며 조절할 수 있는 것도 내공에 비례한다. 일상의 안온함은 주변의 안녕에서 나온다.


산길도 처음에는 흔적이 없듯 책 또한 마찬가지다. 길은 많은 발길이 닿았듯 독서 근육은 밀어냄의 반작용이었다. 초기는 몇 페이지를 읽다가 남은 페이지를 뒤적이기에 바빴다. 다시 되돌이표처럼 부분 읽기를 반복하다 포기하곤 했다. 다시 넘어지지 않겠다는 절박함으로 꾸역꾸역 일정량을 채웠다. 밥을 먹는 것처럼 되기까지 몇 년은 걸렸다.


나이 들수록 어떤 일이건 덜 당황하게 된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작아 보일 수 있음을 배워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만 구별해도 머리는 가벼워진다.


안다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천양지차다. 사람들은 아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사는 듯하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말처럼 실행에 답이 있다.

말이 앞서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매력적이다. 수고 없이 쉽게 얻으려는 것, 내 것 이상을 가지려 하면 탈이 난다.



우두커니 야경을 바라본다. 자연에 기대어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춘다. 해가 지는 것을 마주하는 것은 고작 한 달에 며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것을 나눌 수 있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하루를 덧칠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주말을 반납한 긴 하루지만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보고서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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