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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Oct 03. 2022

[문장 산책]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문장이 주는 잔잔한 여운이 좋습니다.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언제나 고통을 일으키는 여러 상황을 겪게 된단다. 그걸 마음의 상처라고 부르지. 네가 그걸 무시한다면 그건 절대로 치유되지 않아."

<유재은, 종이책의 위로> 중


등대 같은 문장이 좋다. 깜깜한 곳을 비추 안심과 희망을 떠올리게 하는 글을 대할 때면 큰 고마움을 느낀다. 55권의 책에서 귀한 문장을 찾아낸 작가의 시선에 공감반, 갸우뚱반으로 나만의 해석으로 덧칠을 한다. 오독이면 어떤가. 날씨에 따라 음식취향이 다르마음 내리는 문장을 귀한 손님 대하듯 맞이한다.


기억을 소환하는 문장에 흐르는 생각을 붙잡아 둔다. 과거와 현재가 왔다 갔다 하는 순간을 즐기며 문장이 머문 만큼 내게서 생명력을 갖는다. 작은 것에서 의미를 길어내는 연습메마른 대지에 단비처럼 건조한 삶을 촉촉하게 만든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아등바등하다가도 잠시라도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와 나를 찾아가는 노력이 있어야 답답한 현실을 버텨낼 수 있다.


"하지만 때로 우리 마음이 상처 입을 때,
그때가 바로 마음을 열 때이기도 해.
실은 종종 우리에게 성장할 최고의 기회를 주는 건, 다름 아닌 마음의 상처이기도 해. 이런저런 힘겨운 상황들. 그게 바로 마법의 선물이지."

<유재은, 종이책의 위로> 중


힘겨운 상황을 '마법의 선물'로 빚어내는 작가의 고군분투에 마나 많은 사람이 위로를 받았을지 모른다. 경험하지 않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의 차이는 동에서 서만큼이나 먼 일이다.


작가는 온몸으로 문장을 생산하며 삶으로 증명해야  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직업이다. 혼신을 다하는 작가의 노력을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 치열한 삶의 투쟁을 언어로 드러냄은 장석주 님의 <대추 한 알>의 시처럼 무수히 많은 시련을 견뎠으리라. 찔끔찔끔 글을 짜내는 나로서는 내 경험에 빗대어 상상할 뿐이다.



"지금 만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

"성찰과 배움에 게으르진 않은가."


책이 건네는 질문에 답을 하며 좀 더 객관화하려 오늘도 사색의 안테나를 켠다.'나를 아는 것'에 무딜수록 타인에 관심이 덜했다. 나를 아 갈수록 다행스럽게도 손이란 단어가 커졌다. 단순하게 아는 것의 허상을 알았고 행함이 없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였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현실에 순응하되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배움에 게으르지 않은 것. 바쁜 중에도 소중한 것은 소중하게 대할 줄 알아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다. 봉사가 몸에 밴 사람들은 결코 시간이 남아서,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자신의 언어로 봉사를 재정의하고 실천하는 삶이 우선 되기에 남들과 다른 궤적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몇 달만에 후배와 자리할 기회가 있었다. 대화중에 종이책의 유용성이 화두가 되었다. 평소 책 전도사인 나는 책의 필요성에 열변을 토했다. 후배스마트폰이 익숙한 세대는 종이책 읽기가 시대에 뒤처진 것으로 생각하니 권하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했다. 종이책의 영향력이 적어질 테니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후배에게 물었다.


"고전은 시간을 이긴 것으로 보는데,  살아남는 이유는 뭘까"


"고전은 고리타분하기도 하잖아요. 책보다는 다른 것에 익숙한 얘들의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생각하는 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일정 부분은 맞다고 봐. 고전은 본질에 집중해서 시간의 풍화를 이겨내지. 무엇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 '분별하는 힘'이라 생각해. 책 읽기를 강조하는 이유도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야.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배척하고 무시해서는 발전이 없다고 봐.


"젊은 직원들과 대화하다 보면 스마트폰의 유용성을 충분히 누리면 되는데 굳이 책을 읽을 이유가 없다는 식이죠. 물어보는 질문에 간단히 답하는 것만 좋아하지 추가로 설명하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니까요."


"적어도 진위를 알 수 있는 지식은 있어야는데, 스마트폰 검색에 의존하며 안다고 생각하는 건 모래 위에 쌓은 집처럼 언제라도 무너지지 않을까. 의존을 넘어 도깨비 부자 방망이처럼 생각하고 있는 게 문제야. 스마트폰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먼저 이해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죠. 심지어 휴가를 정할 때도 팀장에게 물어보는 것도 기대하기 힘들어요. 오히려 팀장님이 양보하세요라는 식이죠."


"요즘은 꼰대 프레임으로 선배들의 말을 경시하는 문화가 있어. 선배의 경륜과 지혜를 배운다면 젊은 세대에게 훨씬 도움이 될 텐데 아쉬워. 한 번 얘기해서 듣기 싫어하는 눈치면 다음엔 주저하게 되더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에겐 에너지를 아끼는 게 낫지.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40대의 고충을 이야기하며 갈수록 직장생활이 어렵다는 푸념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후배에게 힘내라며 적어둔 문장을 나누었다.


"변화의 중심에는 내가 있고, 문제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해결에는 사랑이 있다'는 걸 알아가는 게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photo by 꽃보다 찐

#유재은#종이책의 위로#문장 산책#좋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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