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월 동안 600개의 글을 썼습니다. 독서와 시, 풍경 사진, 여행, 산책, 일상 관찰 등 소소한 일상을 기록했습니다. 작은 점을 찍다 보니 점선이 되었고 점선이 때론 면이 될 때도 있었습니다. 누군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잘 쓰고 싶은 욕심은 컸으나 성장은 더뎠습니다.시행착오를 겪으며 내린 결론은 절대 투입량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사색과 성찰, 고민과 치열함이 적었습니다. 주로 책이 주는 도움과 일상에서 건져 올린 의미에 집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브런치 친구님께서는 공감과 관심으로 응원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600이란 숫자는 많은 분들이 함께 만들어준 동행의 결과였습니다.
최근 들어,읽고 쓰는 일에 소원해졌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수면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자 하고 싶은 일은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다른 작가님의 글을 잠시 읽거나, 그동안 남긴 글을 보며 애써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문득, 독수리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독수리는 35년을 살고 위기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토록 날카롭던 부리와 발톱은 다 달아 뭉툭하게 되고, 날개의 깃털마저 무거워져 사냥할 수가 없게 된 때, 독수리는 암벽으로 찾아가 자기의 두꺼운 부리를 짓이겨 새로운 부리가 나기를 기다립니다. 새로운 부리로, 발톱과 깃털을 뽑아 남은 후반부의 35년을 잘 버티며 살아간다는 내용입니다.
제게는 지금이 그런 시기 인지 모릅니다. 하루하루를 잘 견디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지난한 과정이 끝나고야 열매 맺는 때가 오겠지요. 고통은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생각의 군살을 빼도록 요구합니다. 더 겸손하라고 합니다. 그러기에 고통은 배움과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해가 지면 다시 해가 뜨는 섭리를 잊지 않습니다. 낮과 밤이 있듯, 기쁨과 슬픔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인생이란 이름으로 직조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