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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Nov 13. 2022

[시 감상] 하루 한 번쯤

시 한 편에 오래도록 머뭅니다.

photo by 빛피스

하루 한 번쯤

                     (이병률)


처음 영화관에 가본 것처럼 어두워져라.

곯아버린 연필심처럼 하루 한 번쯤 가벼워라.

하루 한 번쯤, 보냈다는데 오지 않은 그 사람의

편지처럼 울어라.

다시 태어난다 해도 당신밖에는 없을 것처럼 좋아해라.


누구도 이기지 마라, 누구도 넘어뜨리지 마라.

하루 한 번 문신을 지워낼 듯이 힘을 들여

안 좋은 일을 지워라.

양팔이 넘칠 것처럼 하루 한 번 다 가져라,

세상 모두 내 것인 양 행동하라.


하루 한 번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앉으라,

내가 못하는 것들을 펼쳐놓아라.

먼지가 되어 바닥에 있어보라.

하루에 한 번 겨울 텐트에서 두 손으로

감싼 국물처럼 따듯하라.


어머니가 내 뒷모습을 바라보는 만큼 애틋하라.

하루 한 번 내 자신이 귀하다고 느껴라.

좋은 것을 바라지 말고 원하는 것을 바라라.

옆에 없는 것처럼 그 한 사람을 크게 사랑하라.




하루 한 번쯤은 시인의 말을 기억했다가 행동하고 싶습니다.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많습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들을 가벼이 여긴 채, 경쟁의 시대에 살기 위해 아등바등거리는지도 모릅니다.


나를 사랑하는 잠깐도 사치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시간이 옅어질수록 점점 소진되어 갑니다. 내가 없는 삶은 정처 없이 떠다니는 부평초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몸의 외침,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성찰이란 단어를 좋아합니다. 사전적 의미'자신이 한 일을 깊이 되돌아보거나 살핌'을 말합니다. 반성과도 비슷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의미가 있습니다. 혼자 있을 때 주로 하는 독서, 필사, 기도, 글쓰기, 사색 등도 성찰의 몸짓일 때가 많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것에 게으르지 않아야 교만, 욕심에 거리를 둘 수 있었으니까요.


이해인 수녀님의 <꽃 잎 한 장처럼>에서는 독자들의 편지로 위로를 받았다는 고백이 나옵니다.


 "몸이 아픈 사람들을 일일이 방문하지 못하고 힘겹게 사는 이웃을 위한 현장 봉사를 따로 하진 못할지라도 지금 있는 자리에서 글로써 위로하는 사람이 되어도 괜찮은 거라고"


 "사랑하는 이가 앓고 있어도

 그 대신 아파줄 수 없고

 그저 눈물로 바라보기만 하는 막막함

 이러한 것들을 통해서

 우리는 매일 삶을 배웁니다.

 그리고 조금씩 기도하기 시작합니다"라고 시에서도 표현을 했지 않느냐고!


그러니 다시 사랑하고 기도하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믿고 맛있는 언어의 소금 한 톨 꾸준히 찾으라고 저를 다독이는 이들의 보이지 않는 음성을 듣습니다."


책 속 문장이 제 마음을 대변해 줄 때가 있습니다. 내가 쓴 한 문장이 누군가에게 소금 한 톨이라도, 등대 같은 한 줄기 빛이라도, 목마를 갈증을 해소하는 물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잠시 동안 두 손을 모았습니다.


삶에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문제들이 발생하더라도 곧 그침을 알기에 견딜만합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 문제입니다. 불평보다는 현실 인식과 해결 방안을, 부정보다는 긍정에 답이 있다는 걸 잊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단의 과정이 미소 지을 기억으로 소환될 테니까요.



사랑이 필요한 이유


구체적인 사랑의 행동은 사소한 것일지라도 한 사람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는 것을 배우고 있는 요즘입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 주어진 여건에서 각자 애를 쓰며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울 때 온 마음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있다면 힘듦의 무게는 훨씬 가벼워집니다. 그 도움들을 잊지 않고 마음에 새멋지게 이겨가는 것, 받는 것에만 익숙지 않고 나눠줄 수 있는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이 어른의 품격 아닐까요.


맛이 없던 일상의 시간들을 성찰의 햇볕에 널어야겠습니다. 비록 사랑의 삽질로 인생의 황무지를 개간하는 삶은 고되지만 꽃이 피고 열매 맺을 수 있음을 기에 멈추지 않습니다. 하루는 일생을 담았습니다. 하루라는 작은 점이 모여 인생이라는 점묘화가 됨을 생각하면서, 충실한 하루살이에 의미두며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시 감상#인생#하루#이병률 시인#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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