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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Aug 29. 2020

[일상 관찰] 순간의 합이 모여 인생이 된다.

아내와 산행 그리고 깨달음

# 아내와 산행


직장 뒷산 오룡산은 점심때 가끔 오르는 휴식처다.  2014년부터 뒷산은 내게 특별한 곳이었다. 힘들거나 지쳐있을 때 오르고 나면 다시 힘을 얻곤 했다. 햇살이 좋아서, 바람이 좋아서, 꽃과 나무가 좋아서 오를 때마다 작은 변화들로 설레었다. 음악을 들으며 걷는 때는  자연 충전기에 온전히 접속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혼자 올랐던 산을 오늘은 둘이서 가게 되었다. 아내와 함께 하며 몇 년 동안의 기억한 올 한 올 풀어 주었다.


조금씩 비가 와서 긴장할 정도로 바닥은 미끄러웠다. 미끄럼 방지 멍석이 있음에도 옆으로 몸을 돌린 채로 한 발씩 내디뎌야 했다. 아내는 다 내려오고서야 비로 긴장이 풀렸는지 말했다.


"때론 너무 멀리 보는 것보다 한 계단 한 계단 걸어가는 것도 좋을 듯해요. 하루에 충실하다 보면 더 행복할 텐데요"


아내의 말은 깊고도 넓다. 아등바등 살았던 세월의 무게와 풍화를 담고 있어서다.  

#2 꽃은 피고 진다


담장 위에 능소화가 예쁘게 피었다.

피어있는 꽃보다 떨어져 있는 꽃에 시선이 머문다.

바람이 불면 길에 떨어져 천천히 소멸될 것이다.


 피우기 위해 지난한 시간을 견뎠을 것이다.

꽃은 피어남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사람은 무엇으로 존재감을 나타낼까?


떨어진 꽃은 인생무상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동시에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피어있는 꽃이 아름다운 것은 떨어져 있는 꽃이 있어서다.

#3 산길


처음부터  산길은 없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걸으면서 비로소 길이 되었다.

길이 되자 많은 사연들을 품게 되었다.


길에 대한 고마움을 모른 채로 살았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코로나 19는 어쩌면 그걸 깨우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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