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뒷산 오룡산은 점심때 가끔 오르는 휴식처다. 2014년부터 뒷산은 내게 특별한 곳이었다. 힘들거나 지쳐있을 때 오르고 나면 다시 힘을 얻곤 했다. 햇살이 좋아서, 바람이 좋아서, 꽃과나무가 좋아서 오를 때마다 작은 변화들로 설레었다. 음악을들으며 걷는 때는 자연 충전기에 온전히 접속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혼자 올랐던 산을 오늘은 둘이서 가게 되었다. 아내와 함께 하며몇 년 동안의 기억을 한 올 한 올 풀어 주었다.
조금씩 비가 와서 긴장할정도로 바닥은미끄러웠다. 미끄럼 방지 멍석이 있음에도 옆으로 몸을 돌린 채로 한 발씩 내디뎌야 했다. 아내는 다 내려오고서야 비로소 긴장이 풀렸는지 말했다.
"때론 너무 멀리 보는 것보다 한 계단 한 계단 걸어가는 것도 좋을 듯해요. 하루에 충실하다 보면 더 행복할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