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해빗 p - 기준] 조금씩 다듬어가기

녹음파일을 들으며 알게 되는 것들

by 모티


알고 - 느끼고 - 실천하기


1. 나를 모르는 순간 ― 민낯을 마주하다


강연 녹음 파일을 들었다.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진 내 목소리가 낯설었다. 말끝을 흐리고, 중언부언하며, 어미마다 붙는 ‘요’가 지나치게 많았다. 글이었다면 빨간펜으로 도배했을 부분이 귀로 들리니 더 아찔했다. 가끔씩 웅웅 거리는 소리는 소음처럼 들리기도 했다.


나는 말을 제법 잘한다고 생각했다. 20년 동안 직장 생활에 발표 기회가 많았다. 독서모임을 몇 년 간 끈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녹음된 목소리는 평소 언어습관의 민낯이었다. 아내가 종종 말했다. 분위기 파악 좀 하소. 목소리 조절도 하고" 말속에는 나의 경솔한 언어 습관에 대한 피로가 배어 있었다. 상황에 맞지 않는 말, 감정이 앞선 채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해 다퉜던 일들이 떠올랐다. 내 언어 습관이 타인에게는 불편함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사람은 각자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본다. 하지만 그 렌즈에 먼지가 끼면 시야가 흐려진다. 나의 렌즈도 이미 뿌옇게 변해 있었음을, 그때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메타인지’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아차리고 채워가는 과정이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다. 운전하는 사람이 실력을 과신하면 사고 위험이 높다. 연구에 따르면 93% 이상이 자신이 평균이상 운전한다고 생각해 절반이상이 과대평가라고 한다. 내 현주소를 냉정하게 파악해야 변화가 시작된다.



2. 나를 알며 인정하기 ― 관계의 언어


책을 읽고 글을 써온 분량만큼 나를 알면 좋겠다. 지식은 쌓여도 삶과 분리된 채 겉돌 때가 많다. 여전히 대화할 때 의식하지 않고 말의 무게를 잊는다. 강연의 녹음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스스로 괜찮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말하기는 연습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 기본이 흐트러진 채 기술만 익히면 불안하듯, 내 태도에도 그런 흔들림이 있었다. 아내의 조언, 동료의 피드백은 때로 불편했지만, 그것이 내 성장의 비료였다. 나를 안다는 건 단순한 자기 계발이 아니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나를 다시 보는 일이다. 타인에게 비친 내 모습과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의 간극이 좁을수록, 삶은 덜 흔들리고 마음은 단단해진다.


자신을 모르면 타인을 이해할 수 없고, 기준이 흔들리면 관계도 함께 흔들린다. 대화의 기준은 주고받음이다. 내 얘기를 하려 상대에 집중하지 못했다. ‘기준’이란 결국 관계의 언어다. 가족, 동료, 친구 사이에서 각자의 기준이 충돌할 때 갈등이 생긴다. 부모가 자녀에게 다른 기준을 제시하면 아이는 혼란을 느끼듯, 조직에서도 원칙 없는 기준은 혼선을 낳는다. 사람에 따라 일이 움직이고 연관 없는 부서에서 일을 추진하면 금방 부작용이 생긴다. 조직이 일한다는 말은 곧 건강한 생산 시스템이다.



3. 나를 벼리기 ― 기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삶에 기준을 세워가는 일이다. 그 기준이 단단할수록 삶의 방향은 명료해진다. 원칙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함께 살리는 태도까지 포함한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한 선배는 늘 불평이 많았다. 그의 부정적인 말 한마디가 팀 전체의 공기를 탁하게 만들었다. 그때 배웠다. 한 사람의 태도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그 후로 다짐했다. 나의 기준은 누군가에게 불편함이 아닌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기준은 일과 사람에 대한 ‘자세와 태도’다. 자세가 나무라면 태도는 그 뿌리다. 뿌리가 곧지 않으면 나무는 금세 흔들린다. 직장생활에서는 실력보다는 인성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귀가 열려 있는 사람이 성장이 빠르다.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태도가 높은 점수를 받는다.


나는 ‘일에는 단단하게, 사람에게는 부드럽게’라는 말을 내 삶의 기준으로 삼고 싶다. 기준 없는 삶은 불규칙한 파도와 같다. 지나치게 단단한 기준은 사람을 상처 입힌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나는 여전히 울퉁불퉁하다. 하지만 나를 알아가고, 인정하며, 벼려가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다듬어지고 있다. 내 기준이 누군가의 상처에 소금이 되지 않고, 지친 마음에 약이 되었으면 한다, 내 기준이 누군가의 삶에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풀무불에서 망치를 두드리듯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마음을 정돈한다. 농기구의 모양이 다르듯 상황에 따라 기준을 생각하며 나와 타인을 향한 문장에 멈춘다. 성찰은 나를 꾸짖는 게 아니라, 나를 단련시키는 일이다. 삶의 기준을 세운다는 건 타인을 재단하는 게 아니라, 내 내면을 다스리는 나침반을 세우는 일이다. 나를 다듬는 이유는, 결국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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