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지선을 얼마나 잘 지킬까?

결과는 놀라웠다.

2018년 8월 10일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수많은 이의 입에서 오르 내리는 "일본은 성숙한 교통환경을 갖고 있다"는 그 사실(?)의 진위여부를 피부로 느끼고 싶었다. 나는 한 가지 룰을 정해 그들의 도로 위 질서를 일부분 확인하고자 했다. "일본 사람들은 정지선을 얼마나 잘 지킬까?". 여행객이라는 신분으로 처음 접한 대도시의 복잡한 혈관을 100%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기에 생각해낸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었다. 기대가 됐다. 준법정신이 투철한 일본 사람들인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

일본 사람들은 정지선을 얼마나 잘 지킬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약간의 소름도 돋았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10번을 시도했고 그 중에서 8번을 성공했다. 대부분 정지선을 칼 같이 지켰다. 과연 그들은 교통 선진국다운 면모를 뽐냈다. 실험을 하면서 괜한 반성도 하게 됐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정지선을 잘 지킨 편이었나?'란 생각이 들면서 부끄러운 감정이 몰려 왔다. 기억을 되돌릴수록 그 선을 지킨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서다. 항상 앞바퀴는 선을 넘어가 있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실험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기분이 참 씁쓸했다.




2018년 8월 12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문득 '일본에서 한 그 실험을 국내에서도 하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운전자가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운전 실태를 파악해보는 것. 나름 의미있는 실험일 것 같았다. 그렇게 카메라를 들고 서울 도심 한복판으로 나왔다. 기대 반, 걱정 반.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지선을 얼마나 잘 지키는 지 영상에 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욕 먹기 딱 좋은 말이겠지만, '일본의 반이라도 지켜줬으면 좋겠다'란 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지선을 얼마나 잘 지킬까?(이 정도였다니...)

결과는 어땠을까.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놀라웠다. 영상을 확인하면 알겠지만, 10번을 시도했고 9번이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즉, 일본 도쿄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이럴수가... 나는 또 한 번의 '반성'이란 단어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우리나라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그 자조적 태도에 대해. 일본에서 느꼈던 그 부끄러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국내 운전자들은 기대 이상으로 교통법규를 잘 지키고 있었다.


나를 비롯한 우리 대다수는 흔히 익숙한 어떤 것에 대해 쉽게 단정짓고 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래서 그 익숙함에 속아 넘어갈 때가 꽤 잦다. 이번 실험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교통환경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으며, 적어도 실험 결과 내에서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준법 정신은 결코 낮지 않았다. 아울러 옆나라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