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어떤 계기는 있는 법이다.
어떤 계기가 있었냐고
언제부터 그 감정을 의심하기 시작했냐고 묻는다면
단번에 대답하기 어렵다.
나도 참 그 경계선이 모호하다.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는 건.
내가 아주 허전함이 격하게 다가올 때,
급 연락에 만나주러 온건 역시
이 친구 하나였다는 거다.
밖에서 밥을 먹고 있다고 했는데,
밥을 먹고 나서 연락한다고 해서 빈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 내가 있는 곳 근처로 와서 연락이 왔다.
이런 급 연락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을 때,
나와주고 함께 해줘서
아 맞다. 나한테는 얘가 있었지.
이런 친구가 있었지.
그날 흘리듯이
민둥산에 억새를 보러 가고 싶다고 했는데,
다음날 언제 갈 거냐고 물어서.
그 주말에 같이 진짜 억새를 보러 민둥산에 갔다.
맞다. 얘는 지나가는 말로 하고 싶다는 걸 다 기억해준 애였지.
정말 약속하면 지켰지.
이런 친구였었지.
맞아, 내겐 이런 존재가 있었지.
이 친구의 존재감이 뚜렷이 느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