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처음 선물을 주기 시작한 건.

서른 살 생일이었다.

by 내일 만나

나이가 서른이 되었을 때, 내가 나를 잘 돌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막연히 남들처럼 평범한 학창 시절에 대학도 무난히 직장도 무난히 결혼도 무난히 서른 넘으면 하겠지... 란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4년 넘게 연애한,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 이 남자와 헤어지고 평생 독신으로 살더라도 후회가 없는가? 란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평생 혼자 살지도 모르니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비싼 PT도 끊었다. 평소 좋아하던 달달한 군것질을 끊은 것도, 하기 싫은 운동을 두 시간이나 하는 것도 다 나를 아끼는 마음에서 하는 거라 생각했다. 운동을 매일 하고 몸이 변하니 자신감도 의욕도 체력도 좋아졌다. 생일쯤이 되었을 때,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덜컥 차를 샀다. 내가 쓴 소비 중에 가장 큰 금액이었다. 그것도 일시불! 현금으로!!! 운전도 못하면서 말이다. 스무 살 되자마자 따고 처박아둔 장롱면허 소지자인데, 새 차를 가지고 도로 주행을 했다. 매일 왕복 100km를 오가는 출퇴근길을 다니니 한 달 만에 운전이 능숙해졌다. 차가 생기니 이동 반경이 넓어졌다. 차가 없어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다니는 성격이었는데(방랑벽이 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ㅎㅎ) 차가 생기고 나니 닭갈비 먹으러 춘천 가고 커피 마시러 강릉 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이제는 차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다. 확실히 나의 생활은 운전을 하고 안 하고로 크게 나뉘는 듯. 남이 운전해주는 차만 타고 다니는 것과 내가 내 차로 다니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더 편해. 잠깐 탈 줄 알고 그냥 레이를 샀는데 벌써 그 차가 십 년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세차를 안 하면 쌩얼로 밖을 나간 것처럼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주행 중에 긁은 상처가 엄청 많은데도 그냥 다닌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텅장되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