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예전부터 책바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수영장 베드에 누워서 책보면서 낮맥을 마시는 것을 휴가를 시작으로 여기는 나로선 가장 최고의 궁합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도 책을 읽으면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들을 찾아 다니고는 했다. 그 와중에 책바라는 공간은 매우 흥미로웠다. 다만 연희동은 보통 오전 오후에 가서 한 번도 책바가 열려있는 시간에 방문해본 적이 없었다. 그 점이 제일 아쉬움.
책과 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했는데, 결과는 아주 만족. 다행히 이번에는 별 두 개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 )
이 책을 읽다 보니 한창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대학 친구가 생각이 났다. 서른 즈음에 그 친구는 내게 세계 일주를 권했다. 나는 하던 일을 포기하지 못했고 그 친구는 세계 일주는 가지 못했지만, 한국에서의 일을 접고 지금 외국에서 우리가 꿈꾸던 그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나름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현실에 치일 때마다 정말 힘들면 정리하고 도망갈 생각을 했다. 도망가서 그 친구처럼 살고 싶었다. (회사원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사직서처럼 그 친구의 존재가 내겐 그랬다.) 결국 도망가지 않고 같은 일은 십 년째 하고 있다.
이 작가는 정말 아주 작은 계기로 남들이 조금 부러워할만한 대기업을 그만두고 새로운 자신만의 공간을 차렸다. 공간을 그리는 것도 꾸미는 것도 운영하는 것도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고 할 수 있는 부분 들은 명확히 파악하고 일단 바로 실행했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많이 보여졌기 때문에 책도 뻔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아 밑줄 치고 메모도 잔뜩 해가면서 읽었다. 글도 재밌다. 생각도 재밌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 일을 꾸려 나간 지 나도 벌써 십년째다. 그래서 늘 내가 일하는 공간과 휴식하는 공간을 잘 정리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꾸미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공감되는 점이 참 많았다. 일희일비하지 않기 위해서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나. 사람과의 크고작은 인연의 이별에서 오는 공허함 또 새롭게 찾아오는 인연의 반가움도 그렇다. 혼자 일하는 사람은 내 몸이 자산이라 더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점도 격하게 공감된다.
지금 내가 일하는 공간은 정말 일을 위한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조금 더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나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방향성에 맞게 변경해보면 어떨까 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인생이기 때문에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많이 쓰고, 그 시간을 충실히 하는 편이다. 지금은 그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다르게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떠오른다.
내가 머물고 싶은 공간, 다른 사람도 좋아해 줬으면 하는 공간에 대해 영감을 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