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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ㅁㅈ Nov 25. 2024

케이스 스터디_성심당의 생존 전략

일상 속 포지셔닝 Case Study 04.

최근 SNS를 사로잡았던 인증샷은 성심당의 무화과 시루(무화과 케이크)였다. 여름의 제철 과일인 무화과를 듬뿍 넣은 성심당의 케이크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새벽 5시부터 대전에 내려가 줄을 서면서 화제가 된 것이다. 


출처: 조선일보 / 네이버 데이터랩스


그런가 하면 올해 봄에는 공개된 베이커리 브랜드의 매출 자료에서 성심당의 2023년 영업이익이 파리바게트의 영업이익 보다 약 1.5배가 높아 화제가 되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빵집이라는 이성당도, 부산을 대표하는 옵스도 나쁘지 않은 영업이익을 기록하긴 했지만, 성심당의 매출과 온라인상에서의 인기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왜 성심당만 유독 지역의 명물 베이커리 브랜드들에 비해 10배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을까? 왜 성심당의 검색량은 압도적일까?


이전까지의 지역 빵집의 인기는 그 지역의 인기와 맞물려 있었다. 일본의 오미야게(국내 여행 후 지역의 토산품을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풍습) 문화와 비슷하게 특정 지역에 갔다가 그 지역에서 유명한 걸 기념품으로 사 오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군산의 이성당, 전주의 풍년제과, 대전의 성심당, 부산의 옵스, 대구의 삼송빵집, 속초의 봉브레드, 목포의 코롬방 등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마다 대표되는 빵집 하나 정도는 있었고,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손에는 빵을 담은 종이 가방이 들려있었다.


각 빵집들이 유명세를 얻기 시작하면서 각자의 노선이 달라졌다. 풍년제과, 이성당, 옵스, 삼송빵집 등 지역에서 유명세를 떨친 빵집들은 백화점 중심으로 서울과 수도권으로 진출하거나, 아예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지점 확장은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특히 이성당과 옵스가 그렇듯 프랜차이즈 형태가 아닌 직영점의 형태로, 로드샵이 아닌 백화점에 로열티를 받고 입점하는 전략은 퀄리티 컨트롤이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한 확장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성심당은 이미 유명세를 떨치기 전인 2000년대 초반 프랜차이즈 사업의 실패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교훈으로 삼아 “성심당은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다”를 브랜드 슬로건으로 내세웠고, 철저히 대전 안에서만 판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우연찮게 ‘대전’ 만의 지역색이 접목됐다. 93년 엑스포 이후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노잼 도시로 밈화가 되면서 성심당이 오히려 대전의 대표 브랜드로 군림하게 된 것이다. 오직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희소성’이 대전 시민들에겐 감정적 응원을 일으키는 역할을, 타 지역 사람들에겐 호기심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자. 이성당과 옵스, 성심당의 빵들은 서울의 개인 베이커리나 일반 프랜차이즈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맛있는 맛을 낼까? 대답은 No일 것이다. 서울 곳곳에 자리 잡은 고급 베이커리는 물론, 중소 작은 개인 베이커리들도 유학파 출신이 운영하거나 고급화를 지향하며, 단품종 소량생산으로 퀄리티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맛의 절대치로 따지자면 오히려 이런 서울의 개인 베이커리들이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성심당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무언가를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본인들이 잘하는 것을 계속했고, 변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변한 건 성심당을 둘러싼 상황이었다. 성심당과 비슷한 지역 빵집들이 수도권으로 진출하면서 성심당에게 기존에 없던 ‘희소성’이 더해졌고, 대전의 노잼도시 ‘밈’이 확장되면서 온라인에서 주목받으면서 성심당의 포지션이 자연스럽게 변화한 것이다.


성심당이 지역에 남는 선택은 당장의 매출을 노리지 않은 장기적인 관점의 선택이 되었고, ‘대전’을 대표하고, ‘지역 특산물’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포지셔닝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성심당의 사례를 보면 ‘용의 꼬리 보다 뱀의 머리가 낫다’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성심당은 당장의 매출이 아닌 향토기업이라는 뱀의 머리를 택했고, 스스로 성장하여 용만큼이나 큰 이무기가 되었다. 


성심당처럼 뱀의 머리가 되는 걸 택해서 스스로를 이무기로 키우고, 마침내 용이 될 수 있다면, 더 나은 포지셔닝의 결과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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