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포지셔닝 Case Study 03.
흑백요리사를 통해 가장 이미지가 달라진 사람은 누구일까? 흑백 요리사 관련 밈을 이븐하게 하드 캐리한 안성재? 파인다이닝의 맛을 정확히 파악한 백종원? 다양한 사람들이 있겠으나, 가장 이미지가 달라진 건 최현석일 것이다. 특히 8-9화에 걸쳐 진행된 두 번째 팀 미션은 ‘최현석의 재발견’에 가까웠다.
팀 최현석의 압도적 1위 과정에서 레스토랑의 실제 운영 과정에서 프렙 준비, 좋은 재료 수급 등 최현석이 잘한 점은 너무나 많지만 나에게 가장 재발견 포인트였던 부분은 레스토랑의 컨셉을 잡는 과정이었다.
팀 미션 상황을 다시 짚어보자.
미션 조건
- 세 가지 메뉴와 가격을 직접 선정
- 준비 시간은 24시간, 영업시간은 2시간 30분
- 운영 자금 300만 원 지급
- 매출과 심사위원 점수를 종합해 생존자 결정
최현석은 개인 인터뷰에서 ‘F&B 사업은 데이터 기반이다,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분석해야 만들 수 있다’고 설파한 뒤 팀원들과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세트장의 구성을 보고 푸드 코트 형식이라는 특수한 상권이라고 정의했고, 새로 오는 손님들에게 돈을 주고 사 먹게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지출이 큰 성향을 보일 것임으로 호기로움을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에 장호준 셰프의 백화점 입점 경험을 토대로 한 인사이트를 더해 김밥, 떡볶이, 냉면 같은 익숙한 메뉴를 프리미엄 하게 트위스트 하자는 제품 / 가격 전략을 세웠고, 인스타그래머블한 재료와 비주얼에 기반한 전략은 완벽하게 먹혔다.
이제 이 글을 구독하면서 ‘포지셔닝’의 개념에 대해 익혔을 여러분들이 보기에도 최현석의 이야기가 포지셔닝의 가장 기본인 상황에 대한 이해(푸드코트), 타깃에 대한 정의(평소보다 지출이 클 수밖에 없는 호기로운 성향)를 명확하게 규정했고, 그에 맞게 익숙하지만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프리미엄함을 맛보는 경험(포지셔닝)을 제공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최현석이 셰프이면서 동시에 F&B를 여러 개 성공적으로 운영한 사업가답게 포지셔닝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음에 감탄했다. (그리고 이거 완전 포지셔닝 소재감이잖아 쾌재를 불렀다)
최현석의 전략적 번뜩임은 F&B 사업 운영 경험뿐만 아니라, 타 셰프들보다 방송을 훨씬 더 잘 아는 부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다양한 경험들이 체득화되어 빠르게 결정하고 이끌어 나간 과정은 최현석이 아닌 다른 사람이어도 가능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뛰어났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자영업의 비율이 높고, 특히 요식업의 비중이 그중에서도 높다.
최현석이 2시간 내외의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준 명확한 포지셔닝의 과정은 ‘예능으로 유명하지만 파인다이닝 업계에서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셰프’로 폄하되던 기존의 이미지에 작별을 고하는 동시에,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요식업에 종사할 생각이 있는 이들에게 멘토링이 될 만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