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포지셔닝 Case Study 01.
한국에서 가장 포지셔닝을 잘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여러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나는 사업, 방송부터 유튜브, 지역 축제, 심지어 주식 시장에까지 그 이름을 떨친 백종원을 뽑고 싶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기억하는가?
나는 해당 프로그램의 애청자였는데, 당시 방송만 나오면 화제가 되었던 빌런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백종원의 솔루션을 보는 재미가 더 좋았다.
백종원은 방송 내내 여러 가지 솔루션을 제공해 주었는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기억하는 솔루션은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해 주거나, 메뉴를 줄이거나, 조리법을 더 편하게 개선하거나, 홀과 주방의 영역을 구분하거나 하는 자영업자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솔루션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솔루션 외에 어떤 식당에 가든 시작을 함께하는 솔루션이 있었으니 바로 ‘상권 분석’이다.
골목식당 프로그램의 취지 자체가 ‘죽어가는 상권의 식당을 살리자’였기 때문에 당연한 스텝일 수 있긴 하지만 백종원은 새로운 골목을 접할 때마다 해당 골목이 위치한 지역의 특징과 함께 골목 주변의 상권을 분석한다.
해당 상권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들이 직장인인지, 로컬 주민들인지, 대학생들인지, 아니면 관광객들인지 등 타깃을 먼저 분석하고, 주변에 비슷한 메뉴를 파는 식당들은 얼마나 되는지 경쟁 상황을 분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청파동 하숙골목 편(2018년 12월 - 2019년 1월 방영)의 수제버거집의 경우 근처의 여대생이 메인 타깃인 점을 들어 여성 소비자들이 호불호를 갈려하는 육향이 강한 고기 맛을 줄이고, 식감을 증대시키는 솔루션을 제공했다.
또 회기동 벽화골목 편(2019년 1월 - 2월 방영)에서는 이전에 동네 상권에서 운영하다 대학교 앞 상권으로 이동한 고깃집의 솔루션을 시작하며 동네 상권과 대학 상권의 차이를 설명하고, 대학 상권에서 동네 상권처럼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으로 고기를 팔다가 학생들의 반감을 산 점을 지적했다.
위에서 언급한 상권 분석을 크게 구분하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1) 해당 상권의 주요 고객은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2) 상권 내에서 자신의 경쟁자는 누구인지, 경쟁자에 비해 나는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이렇게 보니 백종원의 솔루션은 포지셔닝 전략의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백종원이 특별히 포지셔닝에 대해 따로 공부를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백종원이 처음 사업을 시작한 대학교 1학년 시절 호프집 인수했던 시기에 상권에 대해 공부하여 주변 아파트에 치킨 배달 전단지를 만들어 뿌렸다는 사연을 보아도 그렇고, 이후에 사업이 실패했다 재기하는 과정들을 고려하면, 아마 본인이 몸소 체득하여 배운 것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런 백종원의 포지셔닝에 기반한 솔루션은 단순히 TV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본인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나 직접 만드는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묻어난다.
백종원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저렴하면서도 적당한 가격, 적당한 양을 판매하여 마치 ‘해당 업종에서 살아남으려면 백종원의 프랜차이즈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거나, 양이 더 푸짐하거나, 맛이나 전문성이 더 뛰어나야 한다’ 같은 일종의 기준점을 제시해 주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물론 백종원의 프랜차이즈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백종원의 브랜드라고 했을 때 사람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상은 대개 ‘저렴한 가격, 적당한 양, 적당한 맛’ 일 것이다.
최근에 광폭 행보를 보이는 유튜브는 어떠한가? 그의 레시피 콘텐츠인 ‘요리비책’은 기존 유튜브 시장에 난립하던 레시피 콘텐츠들과 비교하여 훨씬 쉽고 간편한 레시피를 제공(심지어 집에 많이 없을 만한 건 없어도 무방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하여 요리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검색해 보는 대표 레시피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흑백요리사를 통해 얻은 인맥을 활용하여 셰프들의 새로운 음식을 소개하여 콘텐츠의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이슈 몰이까지 해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역 축제 바가지가 논란이 된 2023년 이후 ‘축지법’(축제로 지역을 살리는 법)이라는 콘텐츠를 제작하여 각 지역의 전통 축제의 먹거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제작하여 사회적 영향력까지 행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위에서 언급한 <골목식당>, <흑백요리사>, <스트리트푸드파이터> 등의 방송 프로에 출연하여 뽐내는 음식에 대한 열정과 지식으로 사업가나 쉬운 요리를 만들어내는 프랜차이즈 요식업자의 이미지를 넘어 미식에도 능한, 요리 전문가라는 인식까지 심어주었다.
본인의 사업, 유튜브, 방송 출연을 통해 사업가의 축과 요리 전문가의 축 모두 충족시켜 포지셔닝 맵의 우상향에 자리 잡은 요리 관련 만능 엔터테이너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다소 내려왔지만 주식 상장이 재미를 보기 어려운 요즘 시점에 상장 대박을 이끌어낸 것도 결국 사람들이 이런 백종원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기획자로서, 그의 콘텐츠가 기획된 시기나 콘텐츠가 담은 메시지, 그의 TV 출연, 사업 등의 행보를 보면 백종원은 본인이 잘하는 것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무서우리만치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의 사업이나 기획 방식에 대해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물론 백종원은 이미 단순히 개인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운 인물이 되었지만, 백종원의 처음 방송 데뷔를 생각해 보면 포지셔닝을 꼭 큰 브랜드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포지셔닝은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동네의 작은 가게를 운영할 때도, 작은 개인 브랜드가 SNS나 유튜브에 어떤 콘텐츠를 올릴지 고민할 때도 일상처럼 고려해야 할 포인트이며, 우리가 소비하는 개인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들은 대부분 이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왔다. 단지 우리가 그걸 포지셔닝이라고 칭하지 않고, 그 관점으로 아직 바라보지 않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