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도 포지셔닝이 필요합니다 03.
“광고는 불특정 다수인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인데, 마음에 드는 이성 1명의 마음도 사로잡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광고를 잘할 수 있겠는가?”
20대의 65%, 30대의 60%는 싱글이라고 한다. 심지어 약 20% 정도의 인원이 연애 경험이 없는 모쏠이라고 한다. 이런 사실에 놀라는 걸 보면 나도 어느새 기성세대에 편입했다는 걸 실감한다. 라떼는~ 이야기가 되어서 좀 그렇지만 내가 광고를 공부하던 시절, 광고회사 현직에 계셨던 강사님 중 한 분은 강의 도중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이 말을 들은 나를 포함한 학생들의 표정을 아직 기억한다. 다소 황당하게 들리지만, 그렇다고 틀리다고 말하긴 뭔가 애매한, 묘한 설득력이 있는 말. 특히나 포지셔닝의 관점에서 연애를 바라본다면 더욱 그렇다.
소개팅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왔을 때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우리는 대화와 질문을 통해 상대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상대가 싫어하는 건 무엇인지 하나둘씩 파악한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든 공통점을 찾으려 하고, 대화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며, 상대가 찾는 이상형의 이미지와 본인이 매칭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이 과정, 브랜드가 타깃을 분석하고 타깃에게 어필할 메시지를 찾는 포지셔닝의 과정과 비슷하지 않은가?
포지셔닝의 과정을 소개팅부터 썸까지의 과정에 대입해 보자.
포지셔닝이든 소개팅이든 시작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건 나에 대해 잘 아는 것이다. 소개팅부터 썸의 과정은 대화와 행동의 연속이다. 내가 나의 어떤 부분이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일지, 나는 어떤 이성을 좋아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등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이 사람이 내가 찾던 사람인지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고, 찾는 사람이 맞다면 진전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를 생각할 수 있다.
다음은 상대방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다. 연애를 쉰 기간이나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가치관, 이성관 등에 대해 묻는 건 브랜드가 타깃의 취향, 특성을 분석하는 것과 같다. 포지셔닝의 시장 세분화나 타기팅 단계와 같이 나의 어떤 점이 상대방의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는지 매칭할 수 있는 단서가 되는 것이다.
상대의 과거의 이성, 현재의 주변 이성은 모두 경쟁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연애 상대를 판단할 때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과거에 사귀었던 사람이나 주변의 다른 이성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혹은 더 나은 사람을 찾기 위한 일종의 준거 기준이 되는 것이다.
성격은 어떠한지, 공감은 잘하는지, 대화할 때는 얼마나 즐거운지, 남자로 느껴지는지 등 다양한 요소들이 평가의 근거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전의 연애는 어땠는지, 주변에 남사친 혹은 여사친들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사람들인지를 물어보곤 한다.
이렇게 나를 알고, 상대를 알고, 경쟁자를 알았다면, 상대가 이성에게 원하는 것과 내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더 매력적인 것을 매칭시켜 포지셔닝의 축으로 세우고 어필해야 한다.
영화 코드가 맞는 사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같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사람, 같이 운동하는 사람 등등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의 취향을 기반으로 한 포지셔닝 맵의 축을 세우고 가장 적확한 지점을 찾아 최대한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다 들었으면 “골치 아프게 언제 그걸 생각해서, 언제 그걸 다 해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은연중에 모두 하고 있다.
좋아하는 상대방의 인스타그램을 첫 줄까지 내려서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아보고,
팔로워들을 찾아서 들어가 보기도 하고, 주선자한테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기도 하고,
어떻게 연락의 운을 뗄지, 어디서 만날지 고민하는 과정들이
모두 위의 과정에 속해 있는 것이다. 다만 그저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는 것과 포지셔닝의 관점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건 성공률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지셔닝이 필승의 전략이 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과 다르게 연애는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분석적으로 접근한다면 20만 원 이상의 고가에 팔리지만 실속은 전혀 없는 픽업 아티스트의 강의보다는 높은 성공률을 보이지 않을까?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포지셔닝의 축을 세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