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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ㅁㅈ 8시간전

케이스 스터디_아일랜드는 어떻게 강국이 되었나

일상 속 포지셔닝 Case Study 05.

현대 마케팅 전략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용어들은 역사 속 국가 단위의 전쟁들에서 나왔다고 한다. 특히 각각의 국가들은 저마다의 지정학적 위치나 자원, 인구 구조 등에 따라 정세가 달라지기 때문에 마케팅과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고, 특히 국가들이 서로 간의 금융, 무역, 외교 등을 통해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하고 있는 만큼 포지셔닝과는 더더욱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그래서 오늘은 최근 접한 소식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아일랜드의 이야기를 포지셔닝의 관점으로 이야기해볼까 한다.



Naumakos CC BY-SA 3.0


내가 대학생이던 2010년 초 유럽의 경제위기가 대두되면서 ‘PIIGS’라는 표현이 있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의 여파로 디폴트 위기까지 몰린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일종의 멸칭으로 이 다섯 나라들은 EU의 구제금융까지 받아야 했다.


아일랜드의 경우, 2008년 대공황의 영향으로 금융 버블이 붕괴되고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10%대의 역성장과 GDP대비 재정적자 -32%를 기록하여 2010년 디폴트 선언과 함께 IMF, EU, ECB에서 총 850억 유로 규모의 구제 금융을 받았고, 2013년에 겨우 구제금융에서 벗어났다.


여기까진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였고, 그 뒤엔 생업에 바빠서 잊고 있었는데 최근 아일랜드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를 접했다. 바로 아일랜드가 영국의 브렉시트의 최대 수혜국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출처: 슈카월드 '유럽은 왜 경쟁력을 상실했는가' 편 2024.09.19


영상을 보고 난 뒤 기사를 찾아보니, 내용은 이러하다.

영국의 브렉시트로 인해 EU 혜택을 받기 어려워져, 유럽 내의 거점으로 런던을 택했던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EU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체 지역을 알아본 결과, 아일랜드가 그 최적의 조건을 갖춘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다.


EU 회원국, 런던과 가까운 거리, 영어 사용, 유럽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율, 높은 교육 수준으로 인한 인재풀 


위의 내용만 봐도 아일랜드가 신나게 그렸을 포지셔닝 맵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가? 


‘EU 혜택을 누리면서, 영어를 사용하고, 법인세율은 가장 낮은’ 아일랜드가 가진 강점의 축들이 2차원의 두 가지 축이 아닌 3차원의 축으로 세워도 영국은 물론 타 유럽 국가 대비 압도적으로 느껴질 만큼 매력적이다.


아일랜드는 이런 본인들의 강점을 어필하여 영국의 완벽한, 오히려 상위의 대체재가 되어,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영국의 브렉시트를 기회로 삼아 노를 저었고, 런던 대신 더블린이 유럽 내 글로벌 기업의 허브로 자리 잡아 1인당 GDP가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나라가 되었다고 한다. 90년대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고, 2010년대에도 구제금융을 받았던 나라가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하니, 가히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하다.


아일랜드의 사례는 포지셔닝의 이론을 교과서적으로 설명해 준다. 


아일랜드가 가진 강점들은 사실 브렉시트 이전에도 아일랜드의 강점들이었다. 다만 당시에는 바로 옆에 있는 유럽의 중심지 런던에 비해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브렉시트라는 새로운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아일랜드의 강점이 주목받게 되었고, 아일랜드는 달라진 상황과 강점을 똑똑하게 활용해 런던의 대체재로 포지셔닝에 성공한 것이다.


나를 둘러싼 관계, 상황에 따라 나의 강점이 달라진다고 이야기한 것과 너무 일맥상통해서 슈카월드 영상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결국 온 세상이 포지셔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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