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생활 포지셔닝 02.
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
지피지기, 백전불태, 부지피이지기, 일승일부, 부지피부지기, 매전필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으며, 적을 알지 못하고 나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며, 적을 모르고 나를 모르면 싸움마다 반드시 위태롭다
보통 우리는 앞의 8자만 배우고, 기억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뒷 내용까지 보면 현대의 포지셔닝 이론과 맞닿아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역시 옛말에 틀린 말이 하나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이전 글에서 소개한 ‘메타인지’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와 맞닿아 있다.)
메타인지를 통해 나를 알았다면 이제 내가 속한 조직의 다른 사람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들이 ‘적’인 건 아니지만 (물론 때때로 적인 경우도 있다)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조직의 구도를 파악하는 건 큰 도움이 된다.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알고, 본인이 속한 조직, 관계에서 그들이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를 알고, 나 외에 다른 구성원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알면 나에게 알맞은 위치와 자리를 주도적으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26세 인턴 A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예를 들어보자.
인턴 A는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26세 남자 휴학생 I 공모전 입상 경력 다수 I 해외경험은 없으나, 토익 990 / OPIC IH I PPT, Excel 잘 다룸 I
취미: 커뮤니티 활동, 게임
그리고 인턴 A가 속한 광고 기획 6팀의 구성은 아래와 같다.
팀장(43세 PT왕), 차장(35세 실무 만능형), 대리(32세 영미권 네이티브)
일반적인 시선으로 인턴 A의 스펙을 보면 보통은 공모전 입상 경력 / 영어 능력 / PPT, Excel 작성 능력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턴 A가 아무리 공모전 입상 경력이 다수라고 한들 현업에서 경력을 쌓아 온 팀장과 팀원들보다 전략이 뛰어나긴 어렵고, 실무에서 꼭 필요한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영어 성적이 좋긴 하나 네이티브인 대리 앞에서 어필하긴 조금 아쉽다.(요즘은 우리 회사만 해도 팀마다 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직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해졌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강점이 인턴 A가 처한 상황에선 더 이상 강점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럼 인턴 A가 광고 기획 6팀에서 제 역할을 다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와 팀에 대한 이해를 마친다면 아래와 같은 역할을 자처해 볼 수 있겠다.
1) 팀원들은 데스크 리서치 정도로 밖에 알 수 없는 20대의 생생한 인사이트를 찾아온다.
광고 기획 업무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20대의 트렌드, 인사이트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보통은 대학내일 20대 연구소나 캐릿, 뉴닉 등의 데스크 리서치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온라인 서베이나 FGD도 가능하겠으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번 진행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럴 때 20대인 인턴 A가 나선다면 어떨까?
팀장님, 차장님, 대리님 모두 20대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공감이 어렵고,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서도 20대의 속마음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인턴 A는 20대이다.
기획 6팀의 팀원들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인턴 A는 커뮤니티에서의 활동과 주변 친구들을 통해 얻은 20대의 생생한 생각이나 고민을 가져올 수 있다. 일반적인 시선에서 별로 주목받기 어려운 인턴 A의 특징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2) 인턴의 역할을 정확히 파악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
인턴의 역할은 무엇일까? 광고회사에서 첫 인턴을 한다고 하면 드라마 <대행사>에 나올 법한 회의에서의 멋진 발언들을 떠올릴 법 하지만 광고회사도 결국 회사인지라 인턴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물론 일반 기업보다는 훨씬 많은 기회가 주어지긴 한다)
인턴 A에게 주어질 일은 대개 자료를 찾거나, 팩트북이나 간단한 리포트를 만들거나, 회의록을 작성하는 일이다.
이 일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누군가는 짜친 일,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일들은 인턴 A가 없다면 대리가 해야 하는, 그 팀에 꼭 필요한 일이다.
PPT / Excel을 잘 다루는 인턴 A가 ‘알잘딱깔센’으로 리포트와 회의록을 써주면 어떨까? 팀원들은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일 것이다.
인턴의 예시를 들었지만, 막내 사원으로 적용해도 크게 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중요한 건 본인이 속한 조직의 성격, 상황이 어떠한지, 그리고 팀의 구성원이 어떤 사람들인지에 따라 나의 강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아는 것이다.
핵심으로 정리하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브랜드가 시장과 소비자에 관심을 갖고, 분석하듯이 나를 둘러싼 환경과 사람들에 관심을 갖고, 그들이 원하는 건 무엇일지 생각하는 것.
둘째는 내가 가질 수 없는 남의 것이 아닌, 관계, 조직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나만의 강점을 찾아서 잣대를 세우는 것.
생활 포지셔닝이라고 거창하게 포장했지만, 사실 대부분 한 번쯤은 은연중에 하고 있었던 생각, 본능적으로 해왔던 행동에 가깝다. 단지 그걸 좀 더 의식하고, 체계적으로 해보자는 이야기이다.
의도를 정확히 가지고 상황에 임하는 사람과 무작정 부딪히는 사람의 차이는 분명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