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 포지셔닝 02.
나는 2014년에 취업에 성공해서 10년째 광고 기획자(Account Executive)로 일하고 있다. 더욱이 운 좋게 내가 학생 때 참 좋아했던 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니, 어쩌면 복 받은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글로 자랑까지 할 만큼 대단한 직업은 아니지만,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고 주니어보드 멘토링을 해보니 여전히 이 일을 꿈꾸는 친구들이 많이 보여서, 포지셔닝의 관점에서 나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미리 말하자면 취업하던 때부터 포지셔닝을 나에게 접목해 볼 생각을 했던 건 아니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이런 부분들이 포지셔닝으로 기능했겠구나 짐작하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이다.
나는 학창 시절에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다. 종족과 맵의 유불리를 두고서 상대와 벌이는 전략 싸움은 내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 매일 밤을 새우듯이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덧 주변에서 가장 잘해서 학교에서 소문도 났었다. 그래서 연습생까지도 도전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접었다.
그 이후 인서울의 그저 그런 대학을 나왔고, 그때까진 광고에 꿈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광고홍보학이 아닌 경영학을 전공했다. 공모전 수상 경력은 장려상만 2회 정도, 영어 성적도 토익 900, 오픽 IH가 마지막 점수였던 걸로 기억한다.
광고를 처음 접한 시기도 꽤나 늦었다. 내가 26살이던 2012년에 코바코 광고교육원에서 처음 광고를 접했는데, 광고도 잘 몰랐고, AE라는 직무가 있는지도 거기서 처음 알았다. 이미 광고인을 꿈꾸고 그 자리에 온 친구들에 비해 나는 턱 없이 부족해 보였다.
학벌, 어학능력, 관련 경험 등 일반적인 관점에서의 스펙도 부족했고, 광고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어떻게 취업을 해서 10년째 광고 기획 일을 회사에서 나름의 인정을 받으면서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 스타크래프트가 떠오른다.
광고 교육원에서 현직자 분들에게 광고 기획에 대한 수업을 들을 때마다 스타크래프트가 생각났다.
종족과 맵을 분석 하듯 시장과 타깃, 경쟁사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내놓은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로 다른 대행사와 일합의 승부를 벌이는 경쟁 PT는 묘하게 스타크래프트의 모습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 덕에 나는 광고 기획에 쉽게 흥미를 붙일 수 있었고, 몰입할 수 있었다.
스타크래프트와 광고 기획. 단편적으로 놓고 보면 참 멀어 보이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전략’이라는 공통점을 찾았고, 내가 광고 기획을 좋아하는, 잘할 수 있는 근거와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었다. 광고와 별로 연결이 없는 나의 과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민속놀이라고 불리는 스타크래프트니까 현직 AE들이나, AE를 지망하는 친구들 모두 해봤을 텐데, 그때까지(아마 지금도) 이런 의미를 부여한 사람들은 없었다. 그래서 학생일 때 주니어보드 20기로 활동했는데, 당시에 지원할 때도 스타크래프트와 광고 기획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취업 면접 때도 그 이야기를 했다. 모두가 흥미롭게 들어주었다. 이건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프로게이머의 꿈이 좌절된 후 고등학교 때 게임 하느라 보낸 시간들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었다. 대학생이 되고서도 지원했지만 결국 떨어진 프로게이머로의 실패, 게임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입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 때문에 말을 꺼낼 때마다 나오는 부끄러운 감정들이 그런 생각을 더 키웠다.
하지만 광고와의 연결 고리를 찾은 이후로는 내 여러 스펙 중 가장 먼저 꼽는 스펙이 되었다.
포지셔닝의 글들을 통해 강점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의 특징들이 어떻게 하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했다.
고민하고,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감추고 싶었던 단점이 남들은 이야기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강점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의미 부여가 성공하게 되면 자신에 대한 강력한 인상을 심어줄 포지셔닝 축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오늘 이야기한 내 경험담이다. 모쪼록 이 글을 접하는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들이 있다면 이 글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자기만의 강점을 찾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