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좋다는 ORT, 도대체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Oxford Reading Tree 활용법

by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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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많고 많은 영어 책 중에, 왜 하필 ORT였을까?


아이의 손을 잡고 서점에 들렀던 어느 주말 오후, 빽빽하게 꽂힌 영어 원서들 앞에서 막막함을 느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줘야 할까?’ 그 막연한 질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화려한 그림의 팝업북도, 유명한 작가의 단행본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찾고 있었던 것은 단순히 영어를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고민 끝에 제가 선택한 것은 바로 ORT, Oxford Reading Tree였습니다. 제가 ORT에 마음을 뺏긴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바로 ‘이야기의 힘’ 때문이었습니다. 키퍼(Kipper)와 비프(Biff), 칩(Chip) 삼 남매와 강아지 플로피(Floppy)가 펼치는 평범한 일상은 신기할 정도로 우리 아이의 하루와 닮아 있었습니다. 아이는 더 이상 영어를 낯선 ‘공부’로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친구들의 이야기로 즐겁게 흡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 곳곳에 숨겨진 유머와 반전은 아이와 저에게 끊임없이 대화의 창을 열어주었고, 책 읽는 시간은 어느새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결국 영어란, 소통을 위한 도구라는 본질을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가장 편안하고 즐겁게 빠져들 수 있는 이야기, 그것이 최고의 시작점이 되리라 믿었습니다. 저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첫째, ‘4 회독’으로 쌓고 ‘리뷰 듣기’로 굳히는 시스템


ORT를 집에 들인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아마 ‘그래서 이걸 어떻게?’ 일 겁니다. 저희 집의 시스템은 두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책을 익히는 **‘4 회독’**과, 배운 것을 잊지 않게 하는 **‘리뷰 듣기’**입니다.


[ Part 1. 새로운 책을 완벽히 흡수하는 ‘4 회독의 기적’ ]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는 것입니다. 이 4단계 마법은 책 한 권을 아이의 것으로 온전히 만들어줍니다.


1 회독 (엄마표 낭독):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다정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며 이야기와 친해지는 시간입니다. 그림을 짚어주며 흥미를 유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2 회독 (음원 집중 듣기): 책을 함께 보며 원어민 음원을 듣습니다. 이미 아는 내용이라 아이는 영어 소리의 리듬과 억양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3 회독 (아이 주도 읽기): 아이가 직접 소리 내어 읽어보는 가장 중요한 시간입니다. 더듬거려도 괜찮습니다. 한 단어라도 스스로 읽어냈을 때 폭풍처럼 칭찬해 주세요.

4 회독 (함께 낭독하기): 음원을 틀고 함께 따라 읽거나(shadowing) 연극을 하듯 즐겁게 마무리합니다. 이로써 책 한 권이 머릿속에 완벽히 자리 잡게 됩니다.


[ Part 2. 밑 빠진 독을 막아주는 ‘리뷰 듣기의 힘’ ]


열심히 배운 내용을 잊어버린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고 말겠죠. ‘리뷰 듣기’는 배운 것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핵심적인 과정입니다.


방법: 4 회독을 마친 책들의 음원을 꾸준히, 그냥 흘려듣게 해 주세요.

언제: 차로 이동할 때, 아이가 조용히 혼자 놀 때, 아침에 일어날 때 등 배경음악처럼 자연스럽게 틀어주는 겁니다.

효과: 아이는 스트레스 없이 영어 소리에 노출되며, 이미 배운 문장과 단어들을 뇌에 다시 한번 각인시킵니다. 이 시간이 쌓이면 아이의 영어 기반은 놀랍도록 단단해집니다.


‘4 회독’이라는 액티브 러닝으로 차곡차곡 쌓고, ‘리뷰 듣기’라는 패시브 러닝으로 빈틈없이 굳히는 것. 이것이 저희 집 ORT 활용 시스템의 모든 것입니다.


둘째, 영어책 한 권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놀이


ORT의 진짜 가치는 단순히 영어 문장을 읽는 데 있지 않습니다. 책 한 권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아이의 사고력, 관찰력, 상상력을 키워주는 데 있습니다. 저희 집은 책을 읽은 후, 아래와 같은 ‘책 놀이’를 통해 영어 실력보다 더 값진 것들을 얻었습니다.


놀이 1. 글자보다 그림 먼저, ‘스토리텔러’ 만들기


책을 펼치고 글자는 가린 채 그림만 보며 아이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키퍼 표정이 왜 슬퍼 보일까?”, “강아지는 지금 어디로 달려가는 걸까?”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그림을 해석하며 세상에 하나뿐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이야기의 흐름을 추론하는 힘과 표현력을 기르게 됩니다.


놀이 2. 매의 눈으로 ‘숨은 그림’ 찾기


ORT 책에는 작가가 숨겨놓은 재미있는 장치들이 많습니다. 매직키(Magic Key)는 물론,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거미나 개구리, 혹은 이름 모를 할아버지를 찾아보는 겁니다. “이번엔 거미가 어디 숨었을까?”라며 함께 눈을 크게 뜨고 그림을 살피다 보면, 아이의 관찰력과 집중력이 눈에 띄게 향상됩니다.


놀이 3. “왜?” 질문으로 깊이 더하기


책을 다 읽은 후, 간단한 질문으로 이해도를 확인하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Biff는 왜 화가 났을까?”, “Floppy는 왜 짖었을까?”처럼 단순한 내용 확인을 넘어, 등장인물의 감정과 행동의 이유를 묻는 질문은 아이가 책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놀이 4. 아이의 경험과 ‘연결고리’ 찾기


책 속 이야기가 아이의 실제 경험과 만날 때, 배움은 폭발적으로 일어납니다. “우리도 지난번에 할머니 댁에 갔을 때 이랬지?”, “키퍼처럼 너도 자동차 장난감 좋아하잖아!”처럼 아이의 세상과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찾아주세요. 책 속 세상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가 되어 아이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게 됩니다.


이런 ‘책 놀이’를 통해 아이는 영어를 공부가 아닌 즐거운 소통의 도구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시험 점수로는 환산할 수 없는, ORT가 주는 진짜 선물이 아닐까요?


에필로그: 완벽함보다 중요한 것은 시작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도 ‘과연 우리 아이도 좋아할까?’,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망설이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저 또한 수없이 망설였으니까요.

시작이 막막하다면, 우선 책 한 권을 꺼내 아이와 함께 그림을 보는 것부터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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