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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 Mar 25. 2018

[미용일기] 미용을 배우고 있으면서도 늘 혼납니다


저는 긴장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게다가 꼼꼼합니다. 그러니 무언가를 배울 때나 적용할 때 속도가 굉장히 더딥니다. 긴장하면서 세밀하지 않으면 못 넘어가는 성격이죠. 지금 미용을 배우고 있으면서도 늘 혼납니다. 단기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암기를 바로바로 하는 머리는 아닌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어떤 걸 설명하시면 저는 입력이 잘 되지 않아 혼날 걸 각오해서라도 질문을 합니다. 물론 스스로 알려하지 않고 질문으로 의지하는 편은 아닙니다. 처음 알려주시거나 배운지 얼마 안 된 것들, 그리고 새로 피어나는 엉뚱할 수 있는 의문들을 농담 섞어 선생님이 기분 좋아 보일 때 묻습니다.


익숙지 못한 것은 익숙해질 때까지 그저 반복합니다. 무언가를 처음 배울 때의 저를 보면 저 사람은 재능이 없구나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점점 잘한다, 재능이 있다는 소릴 듣기도 합니다. 어제 무도에서도 봉은사 스님이 나오셨는데 거기서 그러셨죠. 그저 ‘할 뿐’이라고요. 과거엔 이걸 몰라서 ‘나는 왜 이렇게 느린 걸까, 왜 이렇게 서툰 걸까, 재능이 없으니 내가 잘하는 무언가가 있을 거야’라며 오만 생각들에 이끌려 노력을 회피했습니다.


기본적 노력은 했으나 메타인지랄까요. 객관적 입장에서 대단한 노력은 하지 않았습니다. 노력하지 않아도 내가 잘하는 최고의 단 한 가지만을 늘 찾아다녔거든요. 생각해보니 참 어리석었습니다. 무언가 전문가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일 겁니다. 그 사랑이 설렘이 다가 아니라는 걸 몰랐어요. 설렘이 식으면 사랑이 멀어지는 것이라고 판단했거든요. 하지만 요즘의 생각은 설렘 이후의 사랑이 깊은 사랑인 것 같아요. 무언가가 좋다는 느낌은 설렘이지만 그 설렘이 끝나면 떠날 건가요. 그렇다고 애정이 없고 서로가 괴로운 사람을 붙잡고 깊은 사랑을 위해서라며 버티고 있을 건가요.


그 상대를 고르는 일을 애초에 현명하게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설렘이 지워진 이후 그 대상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나의 가치관이 그것을 향하는가, 나의 가치관이 향하는 마음이 단점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큰가. 사실, 어떤 것을 고르는 것보다 중요한 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아는 게 우선인 것 같기도 해요. 그러면 남에게 피해 주는 일 아닌 이상 무얼 해도 받아들여지고 긍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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