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환상이 걷어졌지만 서른 초반까지도 문학가가 되고 싶었다. 중반인 지금 그 꿈을 접은 건 아니지만 희미해져 간다랄까. 이십 대엔 소설가로 보이고 싶은 외적 동기로 실행해나갔는데, 지금은 그런 환상이 걷어져 내적으로 끓어오르는 동기가 아니면 헛되다고 느껴졌다. 그러므로 4년 정도를 애써 형식이 갖춰진 글을 의무적으로 쓰지 않았다. 소설을 읽지도 않으면서 썼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면, 시는 쓸 자신이 없었고,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만한 길이 평론 아니면 소설인데, 그래서 소설을 써보기로 했다.
이십 대 중반이 지나면서 후반까지 예술가병에 걸렸던 것 같다. 내 삶을 제대로 지켜내지도 못하면서 혼자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음침한 글을 적고, 취기를 빌려 멍하니 내 삶을 한탄했다. 현실은 시궁창이면서 SNS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작가 코스프레를 했다. 작가라는 환상과 이십 대의 객기가 어우러져 단편 소설을 습작이라고 하기 민망하지만 완성했고, 지금 그 내용을 읽으면 어떻게 이런 표현을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지금의 나와는 정말 다른 사람이구나, 느낀다.
서른 중반인 지금은 문학을 멀리했고 이전보다는 나름 현실에 충실했으며, 하지만 불안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편식 없이 온갖 종교 서적을 읽어가며 삶과 죽음에 대해 질문을 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지만, 모든 것에 잔잔해지니 열망이라는 힘이 부족한 것 같아 그것 또한 고민이다. 다시금 글을 주기적으로 적고 싶은 마음이 피어오른다. 주기적이란 말은 약간의 과장이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기에 이런 말을 바로바로 한다. 시를 쓰고 싶은지, 소설을 적고 싶은지, 철학 에세이를 서술하고 싶은지, 뒤섞인 무언가를 그려내고 싶은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양한 형태로 하는 글쓰기계의 유목민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