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와 탕의 차이를 30대 초반이 되어서야 제대로 알았다.
여전히 국은 끓이면 복불복이다. 찌개는 그나마 낫지만 열 번에 두 번 정도는 원체 말이 없는 남편이 조용해진다. 숟가락을 내려놓지 않는 게 다행인가 싶다.
요리는 취미가 없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밥 옆에 국물이 있어야 좋다는 걸 끊임없이 어필하는 남편에게 라면 국물만큼 좋은 게 없지 않냐 되물으면서 땀을 흘리곤 한다. 끓이면서도 완성된 국인지 찌개인지를 나조차도 맛보기 싫을 땐 참 대책 없다 싶다.
- 2017년 作 <찌개 or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