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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제상 Jan 07. 2023

티는 백 원, 따신 물도 백 원, 자릿값은 이천삼백 원

그리고 불타오름!

캐머마일 티

  늦은 7시에 초등학교 동창들과 약속이 있다. 지금은 5시 40분. 밖은 미세먼지가 심해서 돌아다닐 수 없다. 커피는 이미 두 잔 마셨으니, 세 잔은 금물. 그래서 선택한 캐머마일 티. 조금 돈이 아깝다. 커피도 원가가 얼마 안 되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유독 티는 돈이 아깝다. 원두를 갈고 뜨거운 물로 내리는 커피의 노동량과 티백을 뜯고 따뜻한 물에 담그면 끝나는 간단한 노동이라서?


  티백은 백 원, 따뜻한 물도 백 원, 자릿값은 이천삼백 원이라. 피시방 보다 비싼 카페 자릿값이다. 피시방은 게임도 할 수 있는데! 그러나 카페의 아늑함은 피시방과 차원이 다르다. 책상 하나의 자리만 허용되는 피시방과 다르게 카페는 4인 좌석에도 혼자 앉을 수 있다! 이 얼마나 쾌적한 공간 활용이냐! 개인 카페가 아니라면 더 앉아 있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내 친구 중 하나는 그냥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앉아 있는다고 했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안 시켜도 눈치 주지 않는단다.


  지금 나는 넓은 자리에서 발을 뻗고 글을 쓰고 있다. 행복하다. 무엇이 필요하랴? 이 4인석의 주인은 나다!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티를 마시는 게 아깝지 않아 졌다. 요즘 돈에 대한 가치가 자꾸 변하고 있다. 즐거운 사람들과 먹는 식사 자리에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냥 막 쓴다. 돈에 딱히 구애받지 않는 삶이다. 내가 불만을 가지는 것은 택시비. 이놈의 카카오 택시는 잘 잡히지도 않고, 카카오 블루를 불러 추가 요금 이천 오백 원을 내면 왜 이리도 아까운지 모르겠다. 십만 원 음식은 아무렇지 않게 쓰면서 왜 저 이천오백 원이 아깝지?


  요즘 좀 미래가 없게 돈을 쓰긴 했다. 적금을 제외한 돈을 거의 다 써버렸다. 옷을 사고, 애플워치를 사고, 아이폰을 사는 등 두 달 사이에 쓴 돈이… 하하하하 명세표 보기가 두렵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오늘까지다. 갑자기 불타오르고 있다!


  교회 친구 하나가 다른 목표가 생겼나 보다. 카톡 프로필을 잘 바꾸지 않는 친구가 프로필을 바꾸길래 뭔가 했다. 대충 찾아보니 대학원인 듯? 어제 풀 죽었던 마음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나는 긍정이 되었든, 믿음이 되었든 무대에 올라서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긍정은 나의 불운들을 모아 행운으로 바꾼 마음가짐을 이야기할 것이고, 나의 좌충우돌 신앙 사춘기를 다루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완벽한 강의 내용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난 말을 길게 하는 걸 싫어한다. 그러니 딱 45분짜리 강의로 만들 생각이다.


  가슴이 벅차다. 역시 삶에는 경쟁자가, 아니면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다. 내가 너보다 잘할 거라는 오만한 생각이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느낌이다. 마치 그 친구가 ’나도 열심히 하니까, 너도 열심히 해!‘라고 무언의 응원을 하는 기분이다. 신난다. 고양된다.


  우리 정상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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