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을 넘어 ‘국가적 광기’로 확장된 트럼프 2기 행정부
2026년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트럼프의 연설로 전후 국제 질서를 지탱해 온 자유주의적 합리성이 붕괴됐음을 확정하고, 그 자리에 미국의 '시스템적 광기'가 들어섰음을 공식화하는 자리가 됐다.
과거 1기 행정부 시절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행동이 개인적 성향에 기인한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로 치부되었다면, 2026년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 등 미국 정부의 핵심 각료들이 대거 동행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이성적이고 파괴적인 발언들이 더 이상 개인의 허세가 아니라, 미 행정부 전체가 조직적으로 수행하는 공식 정책임을 전 세계에 시각적으로 통보한 것이나 다름없다.
헨리 키신저가 닉슨을 위해 고안했던 '광인 이론(Madman Theory)'은 이제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국정 운영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 이 '시스템적 광기' 전략은 상대국에게 "미국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동맹 파괴, 영토 매입 강요, 경제 보복 등 상상을 초월하는 미친 짓을 실제로 감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공포를 심어줌으로써, 정상적인 협상 과정을 생략하고 즉각적인 굴복을 받아내려는 고도로 계산된 국가 전략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이러한 시스템적 광기를 구체화하는 일련의 레토릭으로 구성되었으며, 그 내용은 사실관계의 왜곡과 노골적인 위협을 교묘하게 배합하고 있다.
먼저, 경제 성과와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를 77%나 줄였다"고 호언장담하며 자신의 보호무역주의가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통계적 착시와 왜곡을 이용한 선동이다. 미 상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10월의 무역 적자가 급감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발효를 앞두고 기업들이 8월과 9월에 수입 물량을 대거 앞당겨 처리(밀어내기)한 뒤 발생한 일시적인 '수입 절벽' 현상에 불과했다. 실제 통계를 보면 2025년 연간 누적 무역 적자는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인 것으로 나온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사실상 없다"는 주장과 달리 관세의 가격 전가 효과로 인해 2026년 물가 상승률은 전문가 예상치인 4%를 상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행정부 전체가 이 왜곡된 데이터를 공식 성과로 포장하는 것은, 경제적 진실보다 '미국식 모델의 강요'가 우선한다는 국정 기조를 보여준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가장 충격적인 발언은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매입 요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국가 안보의 필수 요소"로 규정하며, "나는 무력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이 발언의 진의는 그 뒤에 이어진 "우리가 멈출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힘을 쓰기로 결정하지 않는 한(unless I decide to use excessive strength...)"이라는 단서 조항에 있다. 이는 외교적 수사를 가장한 명백한 군사적 위협이다.
실제로 그린란드의 피투픽(Pituffik) 우주기지는 러시아와 중국의 미사일을 탐지하는 최전방 감시 초소이자 희토류의 보고다. 미국은 덴마크가 매각을 거부할 경우 나토(NATO) 동맹국 전체에 대한 무역 및 안보 지원 중단이라는 연대 책임을 묻겠다는 태세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동맹의 영토 주권마저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금기 파괴'가 미국의 새로운 안보 전략임을 시사한다.
에너지와 기술 정책에서도 이러한 광기 전략은 계속되었다. 유럽이 혹독한 한파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친환경 정책을 "녹색 신종 사기(Green New Scam)"라고 조롱하며, 풍력 발전이 경제를 망쳤다고 비난했다. 이는 유럽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하여 미국산 LNG와 화석 연료 구매를 강요하고, 유럽의 환경 규제를 무력화하려는 '에너지의 무기화' 전략이다.
미국 전역을 방어하겠다는 '골든 돔(Golden Dome)' 구상에 대해서는 1,750억 달러라는 비현실적인 비용을 언급하며 동맹국들의 참여를 독려했는데, 실제 군사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비용은 5,000억 달러를 상회한다. 이는 실현 가능성보다는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을 천문학적으로 증액시키기 위한 거대한 청구서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6년 다보스 포럼을 기점으로, 세계 각국은 '시스템적으로 폭주하는 미국'이라는 전례 없는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극심한 각자도생에 돌입할 것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유럽(EU)은 심각한 딜레마와 분열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는 미국의 '에너지 및 안보 가스라이팅'에 대항하여 독자적인 유럽 방위군 창설과 에너지 자립을 가속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안보 불안이 큰 동유럽 국가들이나 경제적 취약국들은 미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트럼프의 양자 거래 요구에 굴복하여 개별적인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EU라는 단일 대오의 와해를 초래할 수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분열을 적극적으로 조장하여 유럽을 각개격파하려 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국가적 광기'를 역이용하여 외교적 반사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예측 불가능한 미국과 대비되는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파트너'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발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규합해 반미 경제 블록을 강화할 것이다. 또한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를 '제국주의적 횡포'로 규정하며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도덕적 고립을 유도하는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향후 국제 정세는 '규범과 가치'가 사라지고 적나라한 '힘과 이익'만이 남는 야생의 시대로 회귀할 것이다. 미국의 '시스템적 광기'는 단기적으로는 공포에 기반한 경제적, 안보적 이익을 미국에 가져다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쌓아온 동맹의 신뢰 자산을 완전히 소각시켜 미국을 고립된 섬으로 만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세계는 이제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질주하는 미국을 지켜보며, 충돌에 대비해 각자의 방공호와 경제 장벽을 높게 쌓아 올리는 신(新) 폐쇄주의 시대로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