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남색 빛과 너...
작가: 13살 최여원
뜨거운 햇살을 힘없이 받고 있는 나의 갈색 머리 위로 속삭이는 것도 아니고 말하는 것도 아닌듯한 낮은 톤의 목소리가 소심한 듯 나에게 들려왔다.
무거운 머리를 들어 그 아이를 보니 뜨거운 햇살 앞에 그 아이의 투명한 손이 비쳤다. 그 위엔 이국적인 느낌의 작은 초콜릿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그 아이는 우리 반에서 조용하고 이상한듯한 그런 아이였다.
내가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 어제 오후였다.
하늘이 맑은 것도 흐린 것도 아닌 금요일 오후, 마치 요괴가 생각 없이 장난이라도 치듯이 이상한 색의 남색 하늘 위에서 비가 거침없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비 냄새. 좋다. 학교밖에 있는 텃밭. 청록색과 짙은 남색이 섞인 나무들. 모두 투명한 비가 진하게 잠재워 버리는 날이었다.
나의 검은색의 두 눈앞에는
남색밖에 보이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보였다.
짖은 청록색의 긴 생머리는 창문을 뚫고 들어온 남색 빛을 힘없이 받고 있었다. 그 아이의 눈은 머리색과 완전히 일치했다. 짖은 청록색은 남색 빛과 함께 흐릿하게 섞여 있었다. 마치 그때의 저 하늘의 구름 같았다. 아마 그때의 나의 기분은
남색 빛을 봤을 때의 평온함과, 그 아이를 봤을 때의 안정감이 흐릿한 빗방울처럼 섞여있었을 것이다.
그 아이는 그때부터 확실히 이상했었다. 그런 생각 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이상했다.
그 아이는...
나는 시간이 지날 것 같지 않은 주황빛 속의 노을 속에서 햇빛이 사라 지는 걸 지켜가며 뜨거운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맞고 싶었다. 나는 아직 한참 어린 학생이다.
그러니까... 아마 그 학교로는 갈 수 없을 것이다.
계속 이렇게 남색 빛으로 물든 현실의 학교로 가야 될 것이다. 그 순간이 영원하진 않을 것이다.
언젠가 그 학교로 갈 날이 올 것이다.
아마도..
놀랍게도 나는 그 아이의 이름을 전혀 모른다.
여름방학이 다가오는 지금도...
나는 뜨겁고 몽롱한 노을 속에서 고개를 한참 숙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눈을 아주 크게 떴다.
그 아이의 목소리의 톤과 분위기는 아까와 완벽히 같았지만, 나에겐 다른 말처럼 전달된 한마디였다...
'레몬'이라니... 지금까지 나를 '레몬'으로 불러준 사람은 전혀 있지 않았다. 다들 별명인 '레미'라고만 부르며 나를 친근하게 대했었다. 하지만 그 아이의 목소리로 '레몬'이라는 말을 들으니 '레몬'이 더 익숙하게 느껴지는 느낌이 들어온다. 차갑다. 한참을 따뜻하던 머리칼이. 그 아이는 나의 눈을 보고 다른 곳을 이리저리 째려보는 듯 째려보지 않고 봤다. 그 아이는 당황한 듯하면 저런 눈빛을 띤다.
힘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마치 차가운 바닷속에서 숨이 점점 차오르는 그 느낌이었다.
무언가가 부족하다. 이대로 계속 멍하니 않아 있으면 나는 힘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집에 갈까...' 하지만 집에 가면 기쁘지 않다.
전혀. 왜인지 모르겠지만 답답한 기분만 내 머릿속에 가득 차있다. 답답하다는 생각 말고는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는 집이다. 그런 것이 나의 집이다. 답답한 공간. 벗어나고 싶은 그런 좋진 않은
공간. 아무리 기다려도, 집에 가면. 이 세계는 나밖에 없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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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두컴컴한 공간 속에서 흐릿한 연기처럼 날아다녔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고, 아무 느낌도 있지 않았다. 그저 검은색의 세상만이 내 앞을 차갑게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차가운데 뜨겁다. 아니, 애초에 '차갑다'와 '뜨겁다'의 뜻의 정확한 차이점은 뭘까..? 이 세상처럼 내 머릿속도 캄캄해졌다. 아까 그 아이의 얼굴은 이미 한참 전
나의 기억 속에서 흐릿하게 지워지고 없었다.
마치 그때의 기분처럼, 그때의 비 오는 날의 나의 몽롱한 기분처럼 전부 지워져 버렸다.
그때...
투명한 무언가가 내 눈앞에 들이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