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뺨에 만져진 우둘투둘한 감촉. 이거 뭐야? 또 생겼어? 옆으로 잤나? 베개 주름? 아니면 이불? 암튼 몰라 몰라 출근하다 보면 없어지겠지, 했다.
출근해 컴퓨터를 켜고 직원들과 차 마시고 이래저래 돌아다니며 안녕~ 안녕하세요~ 웃으며 잘도 떠들고 다녔다. "지난 주말에 탁구 대회를 다녀왔는데 말이죠? 제 성적이 어떤지 아세요?"라며 우쭐해서는 자랑을 늘어놓았다. 직원들은 내 얘기를 들으면서도 웬걸 유난히 내 얼굴을 쳐다보며 집중력 높은 리스닝을 보여주었다. 나는 '뭐야? 왜케 쳐다봐? 내가 좋아? 왜케 징그럽게 웃으며 본대? 내가 그리 잘생겼나? 어쩌니? 이미 난 아내와 딸이 있는데 늦었어. 잘생겨서 미안해. 미소 좀 그만'이라는 대답까지 떠올렸다. 오늘 내 스타일이 좋나? 다들 집중해서 얘기를 잘 들어주는구나, 했다. 전에 없던 유심히 내 얼굴을 바라봐주는 포인트에서 미안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미안합니다. 저는 당신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마주치는 순간만 즐겨주세요. 돌아서면 끝이에요. 그만 웃어요, 그만, 이라며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데.
그런 내 모습에 참지 못한 어느 직원의 말.
"혹시 얼굴에 베개자국이에요?"
어느 순간 내 얼굴에 어떤 우월감 같은 표정이 깃들었나 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작정해서 알려주는 표정 같았다. 깜짝 놀랐다. 지금 분명 점심 먹고 오후가 된 지 한참인데 베개자국이라니? 아직도?
"저요?" 하고 되려 물었다.
그러자 그 직원이 내 뺨을 가리키며
"어머! 어떡해! 세로로 네 줄이나 나 있어요?"
손으로 만져보니 분명 만져졌다.
"아, 늙으니까 없어지지 않는구나."
직원이 "잠깐 만져봐도 돼요?"라고 말하길래 안 돼요 안 돼 손사래를 쳤다.
잠시간 든 주책맞은 상상이여~~ 하염없이 부끄러웠다. 직원들이 까르르~~ 웃었다. 머쓱했다. 이것들이 정말, 진즉 말해주지 않고, 급히 일어났다. 화장실에 가 거울을 봤다. 정말 있었다. 베개 자국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굵고 선명했다.
나이가 들어 피부가 늘어져 생기가 없다. 그러니 한번 생긴 자국은 오래간다. 언제나 없어지려나, 예전에는 아침내 없어졌는데, 나는 힘없이 화장실을 나와 고개 숙인 채 살폈다. 혹시라도 누군가와 마주치면 어쩌나 하고 자국 반대쪽 얼굴만 내보인 채 걸었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말하니, 아내는
"으하하하하~ 아이고 우스워~~ 이제 온종일 가는구나. 아마 저녁 먹으면 없어질 거야"라고 말해주었다. 저녁까지? 너무하잖아. 아우 쪽팔려. 같이 웃으면서도 한편으로 시무룩해진다.
그래, 이제 함부로 얼굴 디밀고 다니지 말자는 생각. 겸허히 고개 숙이고 다니자는 다짐.
되도록 바로 누워서 자자는 각오가 절로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