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기분 좋게 만드는 향기들
시골에서 자란 내가 서울로 대학을 오게 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프랜차이즈 음식점도, 아이맥스 같은 특별관이 있는 영화관도, 백화점, 클럽도 아닌 바로 대형서점이었다. 서울의 대형서점은 내가 그동안 봐왔던 시내 서점과는 확연히 달랐다. 수만권의 책이 즐비하고 각종 디자인 문구를 함께 팔며, 편하게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로비와 카페까지 겸한 복합 문화공간이었다.
교보문고 강남점은 당시 학교랑 가까워 처음 가본 이후 줄곧 내 ‘최애’ 서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하철역과 연결되어 있어 편리하면서도 규모가 커 구경할 재미까지 쏠쏠하다. 신논현역 7번 출구 쪽 작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회전문으로 된 교보문고 입구가 보이면 선물 포장을 뜯을 때처럼 설렌다.
교보문고에 들어설 때 내가 가장 기대하는 건 베스트셀러도, 화려한 문구제품도 아닌, 상쾌한 책 냄새를 닮은 ‘교보문고 냄새’다. 거의 불호가 없을 것 같은 시원한 향이다. 교보문고는 영리하게도 이 향을 룸스프레이와 디퓨저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제품명은 ‘The Scent of PAGE’. 더할 나위 없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작명이다.
언젠가 자기가 좋아하는 향수와 그 향기를 어렵지 않게 소개하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참 매력적이라고 느낀 적이 있다. 드디어 나도 ‘어떤 향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만한 것이 생겼다는 생각에 신이 난다. ‘교보문고 향이요!’ 좀 더 있어 보이게 설명하기 위해 교보문고 상품 페이지를 들여다본다.
오케이. 저는 유칼립투스와 편백나무 기반의 향을 좋아합니다.